■ 女계주, 갈등 넘어 금빛 드라마

 

네덜란드 선수 넘어져 위기 맞아

최민정 간발의차로 피하며 버텨

심석희 밀어주기로 최민정 가속

고의충돌 의혹 등 갈등 넘어 합심

김길리 폭발적 스퍼트 1위 골인

버티고…밀어주고… 내달렸다

버티고…밀어주고… 내달렸다

19일(한국시간) 오전 2026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금빛 질주의 결정적 장면들.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자 최민정이 간발의 차로 피한 위기 순간(맨 왼쪽 사진), 심석희가 최민정을 밀어 추격의 발판을 만든 합심 장면(가운데), 그리고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인코스를 지켜 내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는 모습(맨 오른쪽)이다. EPA 뉴시스 연합뉴스

밀라노 = 오해원·정세영 기자

환상의 팀워크로 완성한 금빛 드라마였다. 19일(한국시간) 오전 8년 만에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이 펼친 금빛 질주는 ‘합심’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특히 최민정·김길리(이상 성남시청)·노도희(화성시청)·심석희(서울시청)가 이어 달리며 선보인 레이스에는 위기 속 침착함과 완벽한 호흡, 마지막 투혼, 그리고 팀을 위한 헌신과 배려가 고스란히 담겼다.

첫 주자 최민정은 선두로 출발선을 힘차게 치고 나갔다. 그러나 한국은 무리하게 선두에 나서기보다 체력 소모를 줄이며 기회를 엿보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레이스 초반 아찔한 순간이 찾아왔다. 2위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자칫 휘말리면 그대로 메달권에서 멀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최민정은 속도를 낮추며 이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중심도 무너지지 않았다. 넘어진 선수를 피하기 위해 속도가 줄어든 사이 4위였던 이탈리아가 2위로 올라섰다. 최민정은 “다른 선수들도 당황해 위험한 장면이 많았다.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초반 위기를 넘긴 침착함은 금빛 질주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한국의 대추격전이 펼쳐졌다. 최민정의 뒤를 이은 김길리, 노도희, 심석희가 차근차근 간격을 좁혔다. 한국은 5바퀴를 남기고 준비한 전략을 꺼내 들었다. 체격이 좋은 심석희가 폭발적인 스피드를 지닌 최민정을 밀어주는 작전이었다. 5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최민정을 힘껏 밀었다. 가속이 붙은 최민정은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과거의 아픔을 덮고 하나로 뭉친 장면이기도 했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엉킨 뒤 고의 충돌 의혹과 험담 논란이 겹치며 관계가 틀어졌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손을 잡았다. 대회 기간 생일(1월 30일)을 맞은 심석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고, 15일 준결승에서도 심석희가 밀고 최민정이 달리며 결승 진출을 합작했다.

금빛 레이스의 대미는 마지막 주자 김길리의 폭발적인 스퍼트가 장식했다. 김길리는 2바퀴를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다.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로 달리던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쳤다. 이후 인코스를 끝까지 지켜 내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는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 무조건 자리를 지키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준결승에 출전해 결승 진출을 도운 맏언니 이소연(스포츠토토)과 대표팀은 시상대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시상식에서 선수들은 이소연을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올렸다. 김길리는 “다 같이 맏언니를 돋보이게 하자고 했다. 언니가 올라가면 함께 올라가자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소연은 “후배들이 큰 선물을 줘 너무 고맙다. 동생들이 멋지게 해 줘 소리를 지르며 봤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해원 기자, 정세영 기자
오해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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