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윤성호 기자

도심 아파트 단지 위로 거대한 흰 기둥이 솟아올랐다. 영하권 한파 속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건물 옥상 설비에서 배출된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만들어 낸 장면이다.

물리적으로는 단순한 응결 현상이다. 그러나 이 풍경은 오늘날 한국 주거 현실의 또 다른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 마련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43.3세로 나타났다. 1990년 이전 평균 29세와 비교하면 14년 이상 늦어졌다. 집값 상승과 고용 불안이 맞물리며 자산 형성의 출발선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끝없이 올라가는 수증기처럼, 집값 또한 한동안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 아래에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시계는 점점 더디게 흘러간다. 주거 격차는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자산 구조를 재편하는 사회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한겨울 도심 위로 흩어지는 흰 연기.

보는 이에 따라 그것은 단순한 계절 풍경일 수도, 혹은 오늘의 주거 현실을 압축한 상징일 수도 있다.

■ 촬영노트

사진은 사실을 기록한다. 다만 그 사실은 언제나 조용히 질문을 남긴다.

윤성호 기자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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