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랜달 드 세브 글·카슨 엘리스 그림 | 김지은 옮김 | 봄볕

글 없는 그림책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 그림책은 글(텍스트)과 그림(이미지)으로 구성된다.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의미가 생산되는데 둘이 결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글과 그림의 거리가 가까울 때도, 멀 때도 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보충하기도 하지만 어긋나기도 한다. 글이 그림과 전혀 다른 정보를 말하는 그림책도 있다.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나의 고양이’에서는 커다란 코끼리를 그려놓고는 내내 고양이라고 부른다. 코끼리가 고양이처럼 바구니 안에 몸을 구기고 있는 이미지의 낯섦은 글과 그림의 불일치로 강화된다. 이처럼 그림책에서 각자 통합체를 이루는 글과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은 그림책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통합체가 된다.

‘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닙니다’는 그림책의 글과 그림이 결합하는 방식이 독특한 책이다. 책 표지에서부터 검은색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노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을 강조해 놓고는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니. 이야기는 “굶주리고 더러워진 채로 혼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슬피 울며 집을 찾는 한 마리 아기 고양이”에서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눈여겨보고, 구조해,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니 “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며 “함께 힘을 모으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는 반어의 세계. 이 그림책의 글이 여는 반어의 세계는 그림으로 고양되며 독자 모두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러모은다. 고양이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라고, 따듯하면서도 끈질기게 부른다. 48쪽, 1만80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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