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은 늘 무언가를 변명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변명의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결국 억울하다고 하는 비행 청소년 중 실제로 억울한 청소년은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비행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청소년들의 좋은 어른이 되어 주고 싶다’라고 호기롭게 가졌던 목표는 겨울바람 앞의 흔들리는 촛불만큼이나 위태로울 때가 많다.

연희(가명·여·18)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량교우와 어울려 술을 마셨고 중학교만 5년째 다니고 있으면서도 학교에 결석하여 또다시 유예될 위기였다. 연희의 생활 개선을 위해 야간외출제한명령을 특별준수사항으로 신청하여 야간에 음주하지 못하게 하고, 학교를 자퇴할 것이라면 보호관찰소에 와서 공부하라고 하여 일주일에 3회씩 검정고시 수업을 해주었다.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찝찝하지만, 연희는 보호관찰소에서 공부하느니 학교에 가겠다며 다시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해 ‘보호관찰을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고는 가출하여 학교도 가지 않았다. 5년째 다닌 중학교의 유예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가출했다가 돌아온 연희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미 비행을 반복해 온 연희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은 오히려 연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나, 한 번 더 믿어주기로 했다. 그동안 연희가 비행을 반복한 만큼, 연희를 믿어준 어른 역시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희는 그 후로도 학교를 몇 번 더 결석했다. 그러나 6개월이 넘게 다시 가출하지 않았다. 중학교 담임 교사와 연희를 어떻게든 졸업만 시키기로 하고, 정말 ‘어떻게든’ 학교에 출석만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며 학교에 보냈다. 아침에 일어났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학교에 출석하면 사진을 찍어 보내라 하고, 어떻게든 학교에 가기만 하라고 했다.

연희는 올해 드디어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유예까지 단 이틀을 남겨둔 채였다. 연희의 졸업은 연희 스스로 해낸 일이지만, 보호관찰 제재가 무서워서 억지로라도 학교에 간 것만은 분명하므로, 이런 것이 바로 소년보호관찰의 업무이지 않은가 말을 얹고 싶다.

소년범들 모두를 평생 시설에 가둘 수는 없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우리와 같이 사는 사회에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소년보호관찰은 재범을 반복하고 끝끝내 성인이 되어서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청소년들을 감독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비행 청소년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최후의 조력 수단이라는 의미에서도 필요하다.

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이 위인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18세 비행 청소년의 모습 그대로 멈추지 않고 나이에 맞게 성장하여 언젠가 사회 속의 ‘진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그것이 소년보호관찰의 방향이기를 바란다.

한보라·서울남부보호관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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