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尹 무기징역, 張 절연 거부 선언

총선 대선 이어 지방선거 암울

재건 DNA가 사라진 보수진영

 

진보는 위기 때마다 결집해와

원로 정치인 시민의 각성 절실

헌법·상식 존중 중심세력 필요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윤어게인 노선’을 천명하면서 보수는 이제 쇠멸(衰滅)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이 총선과 대선에 연패하고 이제 6·3 지방선거마저 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탄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치욕을 겪고도 그 흔한 혁신과 변화의 몸부림을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의 주역인 보수 세력이 이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는데도 재건을 위한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은 대기업으로부터 현금이 담긴 트럭이나 승합차로 정치자금을 받아 챙겼다. 차떼기 사건이다. 2004년 박근혜 당시 대표는 당사를 팔고 여의도 광장에 천막당사를 치고 속죄의 시간을 가졌다. 이 때문에 당은 다시 부활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다시 정권을 넘겨준 이후에도 30대 이준석 대표를 선출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며 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기본사회’ 등 진보적 이슈를 당헌에 담고, 광주민주화운동 국립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서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도 진보에 못지않게 위기를 극복해 내는 DNA가 존재하고 있었다. 진보 진영은 어려울 때마다 원로와 시민단체들이 ‘원탁회의’ 같은 합의 기구를 구성해 단일화와 통합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진보 집권 플랜’을 만들어 집권을 위한 이론화 작업도 벌였다.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도 광범위하게 조직화하고 유튜브와 SNS를 통한 선전·선동 작업도 탁월했다. 대통령과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풀뿌리 조직인 지방의회, 기초단체까지 장악한다면 엄청난 실수가 없는 한, 앞으로 수십 년 집권은 무난할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생전에 설파한 ‘20년 집권론’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윤어게인, 부정선거라는 사이비 종교 같은 망상에 사로잡힌 극단적 보수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보수 진영은 재건의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법원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로 단죄된 윤석열과 절연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터져 나왔지만,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과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하는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다”라고 했다. 윤과 절연하랬더니 이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과 절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그동안 침묵하던 의원들도 참다 못해 하나둘 장 대표 비판 대열에 섰다.

그러나 강성 세력의 지지를 받은 장동혁 체제를 무너뜨릴 동력은 생성되지 않고 있다. 다들 입으로만 비판하는 ‘말 보수’이지 ‘행동 보수’는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신 DNA가 작동한다. 행여나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몸 사리기에 급급하다. 윤 전 대통령의 행동과 빼닮은 장 대표와 부정선거론자인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국정원 특보 출신으로 인지전 전문가인 윤민우 윤리위원장, 군복 같은 야상으로 판갈이를 하겠다고 나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마치 12·3 계엄의 국민의힘판 버전 같은 느낌이다. 제명의 칼날을 휘두르고,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기존 단체장들을 물갈이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총이라도 쏴서 끌어내”라고 하던 윤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수가 길을 잃으면 대한민국의 중심축이 무너질 것”이라며 “저는 보수가 다시 정상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목소리를 모으겠다”고 했다. 이제 선거가 10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뻔히 패배의 길이 보이는데도 나만 살면 된다는 보신주의만 내세우다간 모두가 죽는 길이다. 더 이상 장 대표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 전한길·고성국류의 강성 유튜버에 포획돼 합리적 판단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보수 재건의 대의에 동의하는 정치인·시민세력 등이 비상한 행동에 나설 때다.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만들고 극단적 보수와 절연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헌법과 상식을 존중하는 ‘국가 중심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 한쪽 날개만으론 대한민국호가 정상적인 순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2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