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장동혁과 ‘윤석열 절연’

 

“과거 되풀이 안한다” 등 완곡한 ‘절윤’ 메시지 내놔… ‘절연’ 직접화법 없는 절연 착수

‘공허 기표’ 내세워 윤어게인 흡수하고 보수 주도권 노려… ‘절윤 거부 프레임’ 극복 과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올해 들어 적어도 3번은 ‘윤석열 절연’과 연관된 메시지를 냈다. 일련의 메시지들을 통해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윤을 보수 정치의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로 배치하려는 의지를 꾸준히 내보였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절연’이라는 다섯 글자의 직접적 언급 없는 ‘전략적 절연’을 실행 중이다.

◇세 번의 메시지

첫 번째, 1월 7일 기자회견.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과하면서 “국민의힘은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맥락상 ‘과거=윤석열’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것은 사과의 주어이다. 윤 개인의 책임을 거론하면서도 당 전체의 책임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정치적 완충장치였다.

두 번째, 2월 10일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 단식 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장 대표는 “정치는 미래를 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과거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과거를 배제하는 화법이 눈에 띈다. ‘과거=윤석열’과의 단절을 암시하는 우회적 절연 코드로 읽히는 대목이다.

인터뷰에서 장 대표는 “윤어게인과 함께할 것인지 답하라”는 전한길 씨의 요구에 즉답하는 대신, “윤어게인이 장동혁과 함께해야 한다”고 거꾸로 주문했다. 당의 중심이 ‘윤어게인 세력’이 아니라 ‘장동혁 지도부’라는, 주종(主從) 관계의 재설정 선언이다.

세 번째, 2월 20일 입장 발표. 이날은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 다음 날이었다. 장 대표는 “여러 차례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절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고, 변화와 혁신의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절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윤석열)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라고 했다. 특히 ‘윤석열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이란 전한길 씨 등 윤어게인을 등에 업은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절연’을 직접화법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은 완곡한 방식으로 이와 관련된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전략적 절윤

여기서 절윤 이슈와 관련한 장 대표의 전략이 보인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절연’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는 대신 완곡 화법을 통한 전략적 절연을 말하고 있다. 절윤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끊지 않았고, 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를 보수 진영의 중심축에서 내려놓았다.

장 대표의 전략적 목표는, 국민의힘을 ‘윤석열 중심에서 장동혁 중심’으로 전환하기이다. 장 대표는 ‘윤석열은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정치는 미래를 짓는 일” “윤석열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은 절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윤을 제거하지 않으면서 그를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동시키는 것, ‘권력 재배치’의 문법이다. 보수 정치권 내 권력 이동, 즉 윤석열에서 장동혁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왜 그랬을까. ①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방지하고 ②반대세력의 항의를 무력화하며 ③외연 확장의 기반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윤어게인을 당에 복속시키고, 반장(반장동혁)·친한(친한동훈)의 입김을 차단하며, ‘굳히고 뻗기’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직설은 갈등을 낳고, 완곡은 공간을 남긴다. 직설적 절연은 명쾌하지만 비용이 너무 크다. 그래서 장 대표는 윤석열 ‘지지’도 ‘거부’도 아닌 ‘흡수’ 전략을 쓰는 것이다. ‘장동혁이 윤어게인을 따르겠다’가 아니라 ‘윤어게인이 장을 따르라’고 주문한 것은 주도권 교체 선언이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모이던 에너지를 장동혁 중심으로 재정렬하겠다는 시도다. 이 전략의 정수는 ‘윤석열 절연’이라는 다섯 글자 없는 절연의 실행이다. 정서적 자산으로서의 윤은 안고 가되,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윤은 퇴장시키는 절연이다.

◇보수 재건의 단계

장 대표의 메시지는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충청도식 화법 같은 애매함이 있지만, 나름 분명한 점들이 보인다. 장 대표는 기자에게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승리가 내게 주어진 확고한 목표”라고 밝혔다.

두 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1단계는 ‘서사 교체’다. ‘윤석열 서사’를 ‘장동혁 서사’로 바꾸는 작업이다. 윤의 서사가 검찰·대결·투쟁이었다면 장의 서사는 미래·혁신·통합이다. 장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미래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이와 관련돼 있다.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2단계는 ‘중심 이동’을 통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이다. 서사가 바뀌면 중심도 바뀐다. 장동혁은 윤석열과 싸우지 않고 지나치는 길을 택했다. 윤을 폐기하는 대신 과거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새 정치질서 구축을 위한 상징적 조치다.

마지막 3단계는 ‘보수 재구성’이다. 정치는 의미의 중심인 기표(signifier)를 어떻게 세우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과거엔 검찰·대결·투쟁이라는 윤의 상징어들이 보수의 기표였지만, 이는 미래·혁신·통합을 품는 장의 ‘공허 기표(empty signifier)’로 교체된다. 윤어게인의 요구가 장 대표의 기표 안에 흡수되고, 절연 없는 절연이 실행된다.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가 제시한 ‘헤게모니 재접합’이다.

장 대표는 일련의 메시지를 통해 ①서사의 교체 ②중심의 이동 ③보수의 재구성을 시도 중이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정치는 미래를 짓는 일” “윤석열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과는 절연한다” 등 메시지는 윤을 과거화하는 권력 재배치의 발언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는 이를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며 ‘절윤 거부’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지독한 프레임

장 대표는 안으로는 자신을 거세하려는 반대파들에, 밖으로는 행정·입법권에 사법권마저 좌지우지하려는 거대 여권에 포위돼 있다. 그의 최대 원군은 대표 취임 전 75만 명에서 현재는 110만 명으로 늘어난 당원들이다. 장 대표는 절윤과 관련한 또 한 번의 메시지를 준비 중이다. 그가 지독한 ‘절윤 거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기표’란 특정한 언어나 기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나타내는 표현 형식. ‘공허 기표’는 기표와 기의 간의 연결이 비워져, 수많은 요구를 담아냄으로써 특정한 의미를 넘어 집단적 상징이 된 기표.

‘헤게모니 재접합’이란 정치·사회 담론에서 헤게모니가 재구성되는 과정. 기존 권력구조가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지거나, 반대 담론이 등가의 사슬로 연결돼 재합의가 형성되는 것.

■ 세줄요약

세 번의 메시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올해 들어 적어도 3번 ‘윤석열 절연’과 연관된 메시지를 내. 장 대표는 윤석열과 정치적 거리두기를 구축하고 그를 과거로 배치해 보수의 재구성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꾸준히 내보임.

전략적 절윤: 장 대표는 ‘윤석열 절연’이라는 다섯 글자의 직접적 언급 없는 ‘전략적 절연’을 실행 중. 장 대표의 전략적 목표는 ‘윤어게인 흡수’를 통해 국민의힘을 ‘윤석열 중심에서 장동혁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

보수 재건의 단계: 장 대표의 명확한 목표는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승리.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서사 교체 - 중심 이동 - 보수 재구성’의 3단계 필요. 장 대표가 당 안팎의 ‘절윤 거부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 쏠려.

허민 전임기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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