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 ‘도시’(부분), 캔버스에 혼합재료, 72.7×53.0㎝, 2023.
김란 ‘도시’(부분), 캔버스에 혼합재료, 72.7×53.0㎝, 2023.

우리 문명은 지금 거미줄(web)이라고도 하는 거대한 그물에 갇혀 있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우주기업들의 스타링크 위성들이 지구를 촘촘히 에워싸고 있다. 혹시 일론 머스크가 노자 도덕경에서 영감을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늘의 그물(天網)…’. 이 대목은 두 천재 간의 시대 초월 동시성 같다.

전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신예작가 김란의 그림들에서 그러한 인식과 인상이 엿보였다. 도시 풍경 모델링 위에 무수한 선이 덮여 있다. 얼핏 누비질 퀼팅 작업인가 싶지만, 직조용 실이 아니라 아크릴 물감을 선으로 뽑아낸 것이다. 마치 누에가 실을 토하여 제 몸을 칭칭 감아가는 고치를 연상시킨다.

이 독특한 장치로 인해 재현적 이미지들은 복합적 의미의 층을 띤다. 특정 도시에 대한 기억이나 여운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문명의 이중성에 대한 성찰을 암시한다. 의식에서는 이동과 정보 유통의 자유를 구가하면서도, 무의식에서는 누에고치 같은 고립이 심화한다. 네트워크의 연결성은 양날의 검 같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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