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오젬픽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체중 감량 주사제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소비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먹고 마시고 입는 생활 방식 전반을 바꾸는 이른바 ‘위고비노믹스(Wegobynomics)’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500억 달러(약 360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만 치료제발 소비 혁명이 전 계층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식욕 억제 ‘호르몬 마법’ 비만치료제, 50조 시장으로 진격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는 인체 내 소화 기관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뇌의 포만감 중추를 자극해 식욕 억제 효과가 입증되며 비만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용자들은 소량의 음식 섭취만으로도 장시간 포만감을 유지하게 되며, 단기간에 체중의 최대 20%를 감량하는 효과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효능에 2025년 기준 글로벌 시장은 약 128억 달러에서 369억 달러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비만 인구 비율이 높은 미국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80%를 독식하고 있다. 약값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 연구에 따르면 이미 영국 내에서만 160만 명 이상이 이 주사를 사용 중이며,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이 치료제는 단순히 개인의 미용 목적을 넘어 국가 보건 정책과 결합하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선두 제약사들은 높은 수요에 생산량을 높이는 등 이들의 시가총액은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를 넘보는 수준이다.
◇새로운 소비 습관 5가지…소량·고단백부터 ‘보상 소비’까지=비만 치료제는 사용자의 장바구니 구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식사량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은 ‘양보다 질’에 집중해 필수 영양소를 채우려는 욕구가 강해진 때문이다. 이에 냉동 피자나 너겟 같은 고칼로리 가공식품 대신 고단백 식재료와 영양 밀도가 높은 신선 식품 소비가 늘었다. 영국의 코옵(Co-op)등 유통업체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고영양 간편식과 100g 단위의 ‘소량·고영양’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반면 외식 업체와 배달 업체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조사업체 KAM에 따르면 사용자의 3분의 1이 외식 빈도를 줄였고, 고칼로리 배달 음식 소비도 급감했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지출이 약 8% 감소했으며, 레스토랑에서도 대용량 메뉴보다는 소량의 고품질 메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술에 대한 갈망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류 소비 감소는 더욱 뚜렷했다. 주류 구매량이 약 15% 하락했고,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와 달리 패션, 뷰티업계는 ‘재투자 소비’ 수혜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기존 옷이 맞지 않게 된 사용자들이 속옷부터 외투까지 전면적인 의류 교체에 나서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또 사이즈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빈티지 등 중고 패션 플랫폼 이용도 활발해졌다. 건강과 미용을 위한 ‘재투자’ 지출이 늘었다. 급격한 감량 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피트니스 센터 등록과 개인트레이닝(PT)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감량 후 처진 피부를 개선하려는 리프팅 등 피부 미용 시술 수요는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향후 10년 간 2500억 달러 규모 성장 전망…경제 핵심 동력 관측도=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5년까지 약 2500억 달러 규모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뿐만 아니라 약물 복용 시 나타나는 근육 감소, 탈모, 피부 탄력 저하 등을 보완하기 위한 ‘GLP-1 동반 제품’ 시장(건강기능식품,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은 2035년 약 130억 달러 규모로 추청된다.
특히 올해부터 주요 성분의 특허가 만료되고, 주사 거부감을 없앤 ‘경구용 알약’이 출시되면서 잠재적 고객층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비만치료제는 특정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전 계층의 생필품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변화는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넘어, 식품·주류·패션·의료 서비스 전반 재편 등 생활 소비 재편까지 만들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은 다품종, 대량 전략에서 치료제 사용자의 변화된 욕구에 맞춘 ‘고부가가치·소량·건강’ 중심의 전략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향후 10년이 글로벌 경제 구조가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빛 뒤에는 그림자도 짙다. 고가의 약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신체적 양극화’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또 치료가 시급한 고도 비만 환자보다 미용 목적의 정상 체중자들이 약물을 싹쓸이하는 ‘오남용’ 문제와 약물 의존도 심화에 따른 정신 건강 문제는 향후 위고비노믹스가 해결해야 할 윤리적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이종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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