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결혼을 고려할 정도로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자상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3년을 만나면서 변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점점 데이트할 때 돈을 쓰지 않고, 제 문자에도 대충 답했습니다. 초반과 달리 본인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만 만나면서, 본인은 원래 ‘귀차니스트’이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헤어지자고 하니, 남자친구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제가 배신을 했다고 합니다. 전에 하지도 않던 선물을 하고, 정말 당혹스럽습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제가 헤어지자고 하면 붙잡는 것이 반복됐습니다. 사실 이 남자가 저를 붙잡을 때의 간절함과 집요함을 보면 정말 저를 사랑하는가 싶어서 죄책감이 듭니다. 하지만 또 잘 지내면 다시 저에게 소홀한 모습이 반복됩니다. 이 남자는 본인만큼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평생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니 저도 두려워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이별 고하는건 배신 아닌 방어… 상대 집착에 휘둘리지 마세요
▶▶ 솔루션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관계에서 반복되는 방치와 갑작스러운 분노, 그리고 가스라이팅성 발언까지 겪고 계시니 마음이 많이 지칠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정 때문에 결단이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 갑니다.
헤어지자고 할 때 보여주는 그 남자의 간절함은, 안타깝게도 사랑이 아니라 상실에 대한 공포에 가깝습니다.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평소의 데이트 태도나 연락에서 그 마음이 묻어났어야 합니다. 평소에는 소홀하다가 떠나려 할 때만 잘해주는 행동은 상대방을 중독 상태로 만듭니다. 간헐적 강화를 통해 어쩌면 예전보다 나아질 수 있지 않나 싶게 하는 희망 고문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나만큼 너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못 만날 거야”라는 말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입니다. 정말로 상대방을 위한 조언이라기보다는, 자존감을 깎아내려 본인 옆에 묶어두려는 협박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3년의 연인이라면 서로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마음이 약한 부분까지 잘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귀찮다며 움직이지도 않고 소홀히 대하는 사람이 가장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사람이 맞을까요?
그래도 마음이 쓰인다면, 그 사람이 변할 가능성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본인의 잘못을 직시하고 고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남성분은 떠나려 할 때만 임시방편으로 태도를 바꿀 뿐, 관계가 안정되면 다시 본인의 편안함을 선택합니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라 수습입니다.
이미 변했다고 느끼고 그 과정에서의 당혹스러움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이미 이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별을 고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입니다. 상대의 분노에 휘둘리지 마세요. 당연히 자신의 소유인 줄 알았던 존재가 떠나가는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하는 행동을 나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착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