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일종의 수수께끼다. 답을 금방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작품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수수께끼가 우리의 존재 내부에서 우리를 헤매게 한다. 이 헤맴이 불안을 야기한다.

- 김혜순 ‘불안의 것’(시론집 ‘공중의 복화술’)

설 명절 직후 손님들이 제법 찾아온다. 세뱃돈을 받아 책 사러 온다면 좋겠으나 그럴 연배들은 아닌 듯하다. 홀가분함이 작동했으리라 짐작한다. 연휴란, 명절 음식이 그러하듯, 마냥 즐길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도리 없이 새해’라는 의식이 기제로 작동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올해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새해용 단골 의지가 아니던가. 몇몇은, 올해는 시문학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시문학은 마음과 정신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한국인들에게는 있다. 광화문 네거리에도 시가 걸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도 시가 있다. 심지어 껌 포장지에서도 시구가 발견되곤 하니 이 정도면 믿음을 넘어 사랑이라 할 만하다. 시집서점 운영자로서 어찌 기껍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사랑’에 왜곡된 측면이 있어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시란 위로를 전하는 문예’쯤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시는 사람의 저 깊은 마음을 다룬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는 온갖 감정과 느낌, 생각이 담겨 있다. 어찌 기쁨, 즐거움, 아름다움과 같은 위로의 성질만 있겠는가. 슬픔, 공포, 죄책감, 난감함 같은 괴로운 것들 또한 사람의 마음이고 사람의 일이다.

문학은, 좋자고 쓰이는 것이 아니다. 알자고 쓰이는 것이다. 사물로 따지자면 거울 같은 것이다. 위로라는 왜곡만이 능사가 아니다. 직면하는 것이 도움 될 때도 있다. 시가 곤란하고 어렵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를 갖는다. 시는 답 없는 수수께끼이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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