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시작된 1호 구조조정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시험대다. 25일 정부와 채권단이 지원 방향을 제시하면서 일단 첫 단추는 끼웠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여수와 울산 석화단지로 향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전체 생산능력에서 대산 석화단지의 생산량은 일부에 불과하다. 여수와 울산 석화단지는 국내 에틸렌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두 곳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대표 화학 기업들의 핵심 설비가 몰려 있다. 이들 기업의 재편 속도가 곧 한국 석화 산업의 사활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은 일부 라인 감산과 정기보수 연장, 고부가 제품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 간 이견으로 공동 사업재편 최종안 제출에 따른 근본적 감축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만한 고민이다.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공장 하나가 멈추면 협력 중소기업 수십 곳이 흔들린다. 그러나 시간을 끌수록 비용은 커진다.

결국 관건은 선제적 결단이다. 시장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석화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는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일부 제품은 원가 이하 거래가 이뤄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기에는 중국의 증설 속도가 빠르다. 버티기 전략은 더 이상 해법이 아니다.

여수와 울산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급과잉 해소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한국 석화 산업이 다시 일어서려면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의 아픔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정교한 정책과 함께 기업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미루면 다음 국면은 더 가혹할 수 있다.

이정민 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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