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진보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경이로운 기술 발전이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마법에 창조와 구현이 있다면 기술은 아직 구현의 영역에 있다. 글로벌 마술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매직스타’에서 구현되는 마술은 놀라웠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저렇게 새롭고 다양한 마술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원천적인 것이었다. 독창적 마술에 관한 창의와 상상, 그 창조의 놀라움이었다.
현 정부는 2030년 ‘K컬처 300조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주력인 국내 콘텐츠산업 규모와 평균 성장세를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 목표보다 담대한 열망으로도 느껴진다. 어느 정책 당국자는 실제 300조 원 달성은 어렵겠지만, 높은 목표는 이전보다 높은 성취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태양을 향해 활을 쏘면 적어도 새는 맞힐 수 있으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창의와 상상은 꿈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다. 국가적·사회적 위기와 혼돈 속에서도 K콘텐츠를 지금의 위상으로, 300조 원을 꿈꾸게 하는 주역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창의와 상상이었다.
최근 국내 콘텐츠 기업 지원과 육성 정책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눈에 띄는 건 국내 콘텐츠 기업 지원과 육성 방향이 창의와 상상보다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에 집중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기술과 창의·상상의 이분법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상호적 영향도 분명하다. 기술이 창의와 상상을 자극할 수 있고, 창의와 상상이 기술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기술과 비교해 비가시적이고, 비정형적이며 모험적일 수 있는 창의와 상상에 우선을 두는 지원과 육성도 중요하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나타나는 ‘콘텐츠-기술 패러독스’ 즉,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지원과 육성의 주요 흐름에 맞춰 창의와 상상에 기반하는 콘텐츠 자체보다 자원 확보가 수월하고 유리한 기술에 초점을 두고 관련 비즈니스를 준비·설계·운영하는 접근이 보편화하고 있다.
아직은 많은 전문가가 AI 같은 경이로운 기술 발전도 인간의 창의·상상과는 격차가 있고, 이를 넘어서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원초적 지능(primal intelligence)을 연구한 인지과학자 앵거스 플레처는 AI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4대 능력으로 직관, 감정,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commonsense)과 함께 상상력을 제시한다.
콘텐츠·푸드·뷰티 등 K컬처 300조 시대는 마법과 같은 근사한 목표다. 여기에 더해 K컬처 수출 50조 원 목표도 있다. 기존 성과의 추세와 현실 여건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목표다. 하지만 전적인 기술 의존적 접근보다는 일정 정도 창의와 상상 의존적 접근이 목표 달성의 관건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창의와 상상에 기반하는 콘텐츠산업만큼은 기술보다 콘텐츠를 우선시하는 지원과 육성의 확대 내지는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등한시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모든 정책적 접근이 기술 중심적인 지원과 육성에 집중되면서 관련 정책 당국의 지원과 육성 방향 및 내용이 수렴되고 있다. 서로 닮아가고 있다.
콘텐츠산업의 지원과 육성은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과 함께 창의와 상상, 실패의 수용, 경험과 학습을 장려함으로써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K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적·산업적·사회적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와 상상이 풍부한 생각과 아이디어, 기획과 창작·제작, 개인·집단·기업을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육성하는 정책을 기술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