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6·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SNS를 통해 특정 후보들을 띄우거나 특정 지역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정책 홍보를 쏟아내는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노골적인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SNS에서 칭찬할 때만 해도 무명의 도전자에게 기회를 주려다 만든 실수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주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SNS 메시지까지 공유하면서 “해양수산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한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부산의 선거 쟁점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며 자당 후보의 성과인 것처럼 부각하는 행위는 치밀한 신종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다. 두 지역을 이기는 쪽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중립 의무를 무시하고서라도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목전에서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민들을 만나고 공약 이행과 투자를 강조하는 타운홀 미팅도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권선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을 돌며 ‘당선사례’ 이벤트를 가졌을 때도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탄핵감”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2024년 윤 대통령 측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해 당무 개입 문제가 조명되자 “공직자들의 선거 관여 또는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등이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당사자는 바로 이 대통령이다.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이중잣대로 평가받을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만으로 탄핵 소추를 당했다. 박 대통령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만큼 공무원 신분인 대통령의 중립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교훈이다. 대통령이 파괴력이 큰 SNS를 통해 후보들을 홍보하고 지역 공약을 확약하는 행태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SNS는 사인에겐 자유의 공간이지만 대통령의 SNS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강력한 ‘팬덤 정치’를 하는 이 대통령에겐 국정 메시지의 창구이면서도, 클릭 한 번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무기도 된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더라도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의 자멸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측이다. 선거 이후 패자의 승복과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선거의 주인공이 되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권력의 뒷배가 아닌 공정한 토양 위에서 얻은 승리만이 국정 동력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기자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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