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민주’ ‘국민’ 입에 달고 사는

與의 삼권분립·법치 훼손 입법

사법부 장악·대통령 방탄 의심

 

송영길·위례 무죄와 상소 포기

중수청 수사대상서 선거범 빼

향후 벌어질 유권무죄 예고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이자 마지막 관문인 사법부를 장악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위헌 입법’을 끝내 강행했다. 민주 국가에서 의회 다수당이라고 해도 삼권의 한 축인 사법부의 근간을 훼손하는 법을 사법부의 동의 없이, 야당과의 합의 없이 함부로 처리하면 안 되는데, 하물며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농후한 입법을 국민 공감대도 제대로 구하지 않고 군사작전 벌이듯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 ‘진보’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민주당은 국민적 재앙을 부를 반민주적 입법 폭주의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민주당은 법을 왜곡 적용한 판검사를 징역 10년까지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25일 오후 상정 직전 적용 대상을 형사 사건으로 좁히고 문제 조항을 일부 ‘땜질’했지만, 위헌성은 여전하다. 이와 함께 법원의 확정판결도 헌법재판소가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법안을 27일, 28일 연속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사법부를 여권이 장악해 재판의 독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등 사법을 망치고, 나아가 한 개 정파가 삼권을 한 손아귀에 쥐는 독재의 문을 열 것이란 비판이 사법부는 물론, 법조·학계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친여 성향인 참여연대·민변에서도 논평·성명을 내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에 대해 ‘숙의 부족’ 등 졸속을 지적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판결도 헌재가 뒤집을 수 있어 사실상 4심제가 돼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 제101조 위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위헌성도 논란이지만, 연평균 약 5000건 재판소원이 올라와 1% 안팎이 승소하는 독일의 예에서 보듯 실제 인용은 사실상 되지 않으면서 재판 종결만 상당 기간 늦춰지는 ‘희망 고문’과 ‘소송 지옥’에 선량한 국민 상당수를 빠트리게 된다는 게 큰 문제이다. 연간 대법원에 올라오는 상고심 5만 건의 30%만 상정해도 헌재에 추가로 1만5000건의 재판이 몰린다. 현재 연 2500건 정도 접수되는 사건 처리도 벅찬 헌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 때문에 재판소원제는 국민 기본권 신장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이재명 대통령 방탄 목적이란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유죄가 확정되고 형량 판결만 남은 상태에서 재판이 중지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확정돼도 헌재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관을 한꺼번에 2배 가까이 26명으로 늘리면 이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22명을 새로 임명하게 돼 대법원이 친여 성향으로 재편되고 독립성·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 사법부를 구조적·제도적으로 장악하는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과 달리 법왜곡죄는 일선 판검사를 직접적으로 겁박해 형사사법 체제 독립성 훼손에 최악이다. 범죄 처벌 법규가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 제12조의 죄형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합리적 범위’ ‘재량적 판단’‘의도적’은 기준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판검사를 극도로 위축시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사법 재편 폭주가 강성 지지층에 아부하고 이 대통령 방탄만을 노린 건 아니고 민주당 의원들의 이해관계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이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바뀐 데 이어 검찰의 상고 포기,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의 민간업자들 1심 무죄와 검찰의 항소 포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1심 무죄·항소 포기는 앞으로 벌어질 ‘유권무죄’의 예고편이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이 10월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9개 수사 대상에서 선거·공직자·대형참사 범죄를 빼고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범죄 6개만 남겨 24일 다시 입법 예고했다. 정부가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중수청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경찰로 넘긴 것은 민망한 일이다. 여권의 권력형 범죄는 아예 수사 단계에서부터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 범죄는 유죄 판결은커녕 수사나 기소도 되지 않는 ‘멋진 신(新)세계’가 열리게 생겼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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