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산행 중. ‘…山中好友林間鳥(산중호우임간조), 世外淸音石上泉(세외청음석상천)….’ 이지영의 명문장 ‘춘탄(春灘)’을 읊조려본다. ‘산중의 좋은 친구는 수풀 사이의 새요, 속세 밖 맑은 소리는 돌 위에 흐르는 샘물 소리로다.’ 칠언절구가 시조 운율과 흡사해 보행 리듬 타기도 그만이다. 꽃의 만개는 멀었어도 이 봄빛만으로도 행복하다.
저 남쪽에서 화신이 올라올 때쯤 전령사처럼 오용길 그가 등장한다. 물론 그는 사계의 산하를 계절마다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이 가운데 봄 풍경은 압권이다. 참 이상한 게 만발한 봄꽃의 감동은 사진이라도 그 속에 다 담기지 않는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의외로 봄 풍경은 큰 화가들에게 조심스럽다. 너무도 많은 키치에 의해 오염돼 있어서일까. 하지만 감명받은 바를 화폭에 담는 것은 화가로서 너무도 당연하다. 관객을 사로잡는 깊이와 우월성은 의외로 작은 데 있다. 무수히 많은 기교가 녹아 있지만, 그것이 잘 안 드러난다는 점. 무기교의 기교랄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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