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필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 교수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장대한 분노’(Epic Fury) 공습작전을 통해 중동에서 미국의 힘의 질서를 재확인시켰다. 약 40년간 이란 권력구조의 정점에 군림해온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함으로써, 미국은 표적 제거를 통한 전략적 억제를 실행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감시·추적 체계를 활용해 혁명수비대 지휘부까지 정밀 타격한 이번 작전은, 군사력 운용 방식이 기술 집약적 ‘핀포인트 제거 전략’으로 고도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파급은 에너지 안보 위기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0%가 차질을 빚고 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전통적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적 현실이 가감 없이 나타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라흐바르’(Rahbar·최고 지도자)로서,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끄는 상징적 지도자였다. 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등 반(反)이스라엘 무장세력의 배후 조정자로 기능해온 그의 사거는 중동 권력 균형의 급격한 재편을 예고한다.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 오사마 빈 라덴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장기 독재 체제의 종말은 주변 권위주의 국가들에 심리적 충격을 준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에게도 가볍지 않은 충격일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세는 표면상 ‘핵개발 저지와 핵농축 프로그램 제거’라는 비확산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은 이를 두고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국내법적 판단’이라고 비판하며, 오히려 자국의 핵·미사일 개발을 ‘주권수호 행위’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을 더욱 체제 보장의 절대 수단으로 인식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2월 25일 끝난 제9차 당대회를 통해 핵무력을 ‘국가의 생명선’으로 재규정함으로써, 핵보유국 지위의 국제적 인정 확보를 전략 목표로 일관되게 추진한다. 북한의 핵무력은 이미 법제화·전략화·조직화·지휘통제 체계화 단계에 이르렀다. 동시에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는 ‘영원한 적대국’ 규정을 통해 구조적 단절을 선언하면서도, 미국과는 조건부 대화 여지를 남기는 이중구조 전략을 구사한다. 한미동맹을 분리·약화시키려는 계산된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략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첫째, 재래식 전력의 첨단화와 독자적 억제 능력을 강화해 자강력을 더 키워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을 기술·핵·미사일방어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심화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구체화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 확대를 통해 경제안보의 취약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란 사태는 국제질서가 여전히 힘의 정치에 의해 작동됨을 재확인시킨다. 동시에 핵 보유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단호함도 보여준다. 북한의 핵 고집을 방관할지, 원칙과 억제력에 기반한 전략으로 대응할지는 우리의 선택 몫이다. 군사적 자강과 동맹의 구조적 심화만이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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