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대법관이 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지만, 후임 대법관은 임명 제청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대법관을 늘리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직후라서 더욱 어처구니없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여권 사이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여당이 이른바 ‘사법 3법’을 강행 처리하고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104조 2항)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4명의 후보를 선정했는데, 40여 일이 지나도록 제청 절차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추천위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김민기 서울고법 판사 등을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김 판사를 제외한 3명 중 한 사람을, 청와대는 법원 내 진보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도 한 김 판사의 제청을 강력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아 업무방해는 유죄로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1심을 뒤집었다. 김 판사의 남편은 오영준 헌법재판관인데, 이재명 대통령 몫으로 임명됐다.
제청권과 동의권·임명권 충돌로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동수가 나올 경우 판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총 14명인데, 행정처장은 판결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12명으로 줄어들면 ‘6 대 6’의 경우엔 가부를 가릴 수 없게 된다. 제청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삼권분립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노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된 천대엽 대법관에 대한 여권의 거부 기류도 문제다. 사법부를 입맛대로 개조하려는 시도는 머지않아 심각한 역풍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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