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최근 일본 ‘하다카 마쓰리(알몸 축제)’에서 발생한 사고는 일본의 전통 속옷인 ‘훈도시’와 이를 착용하는 국기 스모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스모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일본 신화와 신토(神道)에 뿌리를 둔 깊은 제의적 의식이다. 경기 전 모래판에 소금을 뿌려 부정을 씻어 내고, 발을 높이 들어 바닥을 내리찍는 ‘시코’ 동작으로 악귀를 쫓는 행위는 이 종목이 지닌 종교적 상징성을 잘 보여 준다.
스모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이를 단순히 ‘뚱뚱한 사람들의 힘겨루기’로 치부하는 것이다. 거대한 체구와 육중한 충돌 장면만 접하면 “살이 많을수록 유리한 경기”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물론 체급 제한이 없는 종목 특성상 선수들이 전략적으로 체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반적인 비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모는 처음부터 비대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탁월한 운동 능력을 갖춘 이들이 종목의 특성에 맞춰 체격을 전략적으로 키워 가는 과정에 가깝다. 현재의 체형은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무제한급이라는 규칙 안에서 승리하기 위해 도출된 최적의 기능적 결과물인 셈이다.
실제 승패를 결정짓는 본질은 체중보다 기술에 있다. 스모에는 80여 가지의 공식 결정기가 존재하며,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는 중심 이동, 타이밍, 균형 감각이 승부를 가른다.
스모의 최고 지위인 요코즈나는 단순히 성적만 좋다고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실력은 물론 품행과 인격까지 엄격히 평가받는 상징적 존재다. 요코즈나는 성적이 부진해도 아래 계급으로 강등되지 않는 대신 스스로 품격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택해야 하는 명예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결국 스모는 거대한 체구를 도구로 활용할 뿐, 그 실체는 고도의 기술과 강인한 정신력이 집약된 ‘균형의 스포츠’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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