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국경에 피란민 행렬

 

중동 주요 공항 잇따라 폐쇄

발묶인 관광객들 ‘예매 전쟁’

우선 인접국으로 이동 주력

 

이란 체류 교민 24명 투르크로

정부, 대규모 이동 계획은 없어

무사 귀국에 안도

무사 귀국에 안도

3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이후 중동에서 귀국한 시민들이 마중 나온 가족들과 얼싸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타르항공 비행편이 취소되면서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한때 900만 원까지 올랐어요.”

지난달 1일 어학연수 차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방문한 A 씨는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행 항공편 운항이 취소되면서 항공권을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애초 A 씨는 지난 1일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카타르항공 운항이 취소되면서 발이 묶였다. A 씨는 싱가포르 항공 항공권을 170만 원에 구매해 오는 5일 귀국할 예정이다. A 씨는 “다행히 대체 항공편을 구했지만, 22시간이 걸리고 2번이나 경유해야 한다”며 “실시간으로 가격이 오르고, 금방 매진돼 예약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중동 각지에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아부다비, 카타르 도하 등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동 주요 허브 공항들이 줄줄이 폐쇄됐다. 대책 없이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구하거나, 제한적으로 공항을 운영하는 인접 국가로 육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폭등하고 자동차 편은 구하기가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여있다.

4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중동 주요 공항 폐쇄로 한국행 항공권 가격은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남아공에서 출발하는 편도 항공편은 평균 250만 원대에서 최고 850만 원까지 치솟았으며, 주요 경유지로 두바이를 이용하던 유럽 노선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비싼 요금을 감수해도 당장 귀국길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중동을 경유하는 기존 노선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타국에 발이 묶인 한국인들은 태국 방콕이나 싱가포르 등 대체 경유지를 두고 치열한 예매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체 항공편도 턱없이 부족해, 어렵게 표를 구하더라도 기본 3~4회 환승과 40~50시간에 달하는 긴 대기시간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부 현지인들이 여행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 UAE와 카타르 등 공항이 폐쇄된 국가에 머무는 여행객들은 인근 오만이나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해 여객기를 타야 한다. 이를 악용한 일부 현지인들은 여행객들을 오만까지 태워주는 승용차 대여 서비스를 최대 195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B 씨는 “두바이에서 오만으로 이동하면서 170만 원을 지불했다”며 “며칠 전에는 150만 원이었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과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우리 교민과 관광객 약 140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인접국으로 대피했다. 이란 체류 교민 24명은 2일 새벽(현지시간)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 2대를 타고 수도 테헤란에서 출발해 3일 오후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넘었다. 일행 중에는 이란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도희 감독과 이란 프로축구에서 뛰는 이기제 선수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교민 66명도 3일 오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출발해 오후 이집트에 도착했다. 단체 관광객 등 단기 체류자 47명도 자체 이동해 국경 부근에서 합류했다. 현재 이란 30여 명, 이스라엘 500여 명의 교민이 남아 있다.

정부는 중동 위험 지역 대피를 수시로 지원하되, 대규모 이동 계획은 당분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등 위험 지역 내 미국 시민권자 9000명 이상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무사히 대피하는 등 세계적으로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이현웅 기자, 김혜웅 기자, 이정우 기자
이현웅
김혜웅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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