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우의 Deep Read - 민주주의와 ‘사법 3법’
3법 입법화 땐 삼권분립 안전장치 무력화… 민주당 강행처리가 ‘쿠이 보노’의 의심 자극
사법이 정권 도구화하면 시민의 자유 위축돼… 헌정 수호 위한 ‘권력의 자기구속’시급
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에 의한 사법 3법 강행 처리로 삼권분립이라는 안전장치와 함께 권력 독주의 봉인이 해제되고, 사법부가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며 시민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몽테스키외의 경고
사법 3법의 국회 통과 직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2월 23∼24일 조사)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3%가 찬성, 40%가 반대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찬반 비율에 차이가 없다. 이념별로는 진보성향 유권자의 72.1%가 찬성했고, 보수 응답자 중 66%가 반대했다. 중도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4.3%와 41%로 집계됐다. 국민 여론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여당이 진영 논리에 입각해 사법 3법을 강행 처리한 셈이다.
국민적 합의 없는 사법 3법의 일방 처리는 법률적 관점뿐 아니라 정치학적 관점에서도 우려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사법개혁은 권력의 배분과 견제라는 헌정의 운영 조건을 바꾸는 선택임에도, 공론화 작업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 전반에 걸쳐 사법권의 독립을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로 서술했다. 입법권이 사법권과 결합하거나 종속시키는 순간, 법은 시민의 방패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가 되고 자유는 권력의 자의성에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몽테스키외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당의 사법개혁 과정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벗어난다. 몽테스키외에게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핵심은 ‘권력이 권력을 멈추게 하는’ 구조다. 즉 집행권력의 폭정이나 의회 다수파의 독주를 사법부가 멈추도록 하는 삼권분립의 설계가 핵심이었다.
여당은 재판 지연을 줄이고 권리 구제를 넓히며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법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함이 곧바로 절차와 수단의 정당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몽테스키외의 경고는 명료하다. 의회 다수파가 사법의 결말·구성·행태를 좌우할 수 있는 수단과 통로를 넓힐수록, 사법은 견제의 축이 아니라 정치의 하위장치로 전락하고, 시민의 자유는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 위협받는 시민의 자유
따라서 집권 여당에 의한 사법 3법 강행 처리에 대한 판단의 핵심은 개혁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새로운 법률이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강화하느냐 약화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몽테스키외가 경고한 것은 정부나 의회 다수파에 의해 사법을 종속시키는 구조가 허용된다면 시민의 자유가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권력기관 개편은 속도가 아니라 자기구속 장치 여부로 정당화돼야 한다. 초당적이고 광범위한 사회적 협의, 단계적 시행, 사후평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 없이 추진되는 개혁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불신과 승복 비용을 키울 뿐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선한 의지에 의존하지 않는다. 권력은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확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권력의 선의를 믿는 대신, 적절한 절차를 통해 권력을 통제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숙의는 그 절차의 핵심이다. 숙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각자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규칙을 만들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즉 숙의는 권력의 자기구속이라 할 것이다. 권력기관 개편에서 숙의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권한의 배분과 견제장치라는 헌정의 운영 조건을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집권당이 바뀌면 정책의 기조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제도와 같은 심판체계의 구조를 함부로 바꾸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 경우 부작용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하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를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보복의 악순환’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 박힌 대못이 이후 정부까지 구속하는 ‘제도적 귀속’이다.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 누가 이득을 보나
사법 3법 입법에 대한 민주주의적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바로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 즉 ‘쿠이 보노(cui bono)’이다. 민주당이 ‘사법개혁’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첨예화한 지난 대선 무렵부터다. 그렇다면 사법 3법 입법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질문을 선명하게 만드는 평가틀은 특정 대상과 특정 국면에 적용하도록 하는 ‘처분적 법률’일 것이다. 어떤 법률이 불특정 다수에게 반복 적용되는 일반 규범이 아니라, 특정 국면과 특정 대상에 효과를 내게 된다면, 그 법은 규칙이 아니라 처분이 되고 만다. 이러한 법의 부당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그 법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정당성을 잃게 된다. 사법 3법은 바로 이러한 의심을 자극한다.
이번에 통과된 사법 3법은 확정판결의 최종성(결말), 대법원의 인적 구조(구성), 그리고 수사·재판의 위축(심리)이라는 세 축에 변동을 가져온다. 결말·구성·심리의 동시적 변화 시도는 사법 서비스 개선이 아닌 사법권력의 재구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숙의의 부재는 그러한 인식을 굳히는 촉매가 된다. 국민 상당수가 개혁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후 어떤 보완도 의심 속에서 소비될 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권력기관 개혁이 정치화할 때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포함한 검찰개혁은 권한 통제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립 속에서 추진되면서 제도는 공공재로 자리 잡지 못했고, 폐지·축소·기능 변경 같은 논쟁의 표적이 됐다. 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덧씌워졌던 사법농단 사태 이후 사법개혁 논의 역시 정치적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영의 언어로 소비됐다.
◇ 후폭풍의 피해
사법 3법 강행 처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면 자기구속의 설계라는 보완적 조치가 시급하다. 재판소원제에는 4심제 남용을 막는 장치가 마련돼야 했다. 대법관 증원에 관해서는 법원의 독립성 강화와 함께 법관 구성의 정치화를 막아내야 했다. 법왜곡죄는 정치적 오남용에 따른 위축 효과를 막는 방안이 고려됐어야 했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다.
서강대 석학교수
■ 용어설명
‘법의 정신’은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정치철학자인 몽테스키외의 저서. 민주주의 이론의 고전으로 평가되며, 세계 최초로 헌법에 삼권분립 정신을 반영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침.
‘쿠이 보노’란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를 뜻하는 라틴어. 범죄의 동기를 찾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법률적 격언으로, 고대 로마의 재판관 카시우스가 궁극적으로 던진 질문으로 알려져 있음.
■ 세줄 요약
몽테스키외의 경고: 몽테스키외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는 ‘권력이 권력을 멈추게 하는’ 구조임. 사법 3법이 입법화하면 삼권분립이라는 안전장치와 권력 독주의 봉인이 해제되며 사법은 정권의 도구로 전락.
위협받는 시민의 자유: 여권이 강행 처리한 사법 3법을 평가하는 기준은 새 법률이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강화하느냐 약화하느냐임. 정부나 의회 다수파에 사법이 종속될 때 시민의 자유는 크게 위협받을 것.
누가 이득을 보나: 여권의 사법 3법 구상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첨예화했던 지난해 대선 무렵부터였다는 점에서 ‘쿠이 보노’의 의심이 일어남. 헌정을 수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권력의 자기구속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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