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법원과 법조계·학계·시민사회단체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면서 헌재가 최고법원 지위에 오르게 됐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재가 뒤집을 수 있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 제101조 위반이며 4심제가 돼 국민에 막대한 피해를 가할 것이란 ‘소송 지옥’ ‘희망 고문’ 지적에도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헌 심판을 업으로 삼는 헌재가 ‘위헌 입법’을 대놓고 찬성한 조직 이기주의, 소아(小我)가 아쉽다.

재판소원 도입이 헌재의 숙원사업이라고 해도,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것과 실제 위헌성이 농후하고 부작용이 심각한 법률이 강행되는 순간에 법조계에서 유일하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재판에 불복하는 헌법소원이 폭증해 헌재 기능 마비를 부를 수 있어 헌재에 꼭 좋은 일이 될지 의문인데도 이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깝다. 헌재에 연 2500건 정도 사건이 접수되는데, 재판소원으로 추가되는 재판만 연 1만5000건 예상된다. 헌법재판관을 2배로 늘린다고 해도 쇄도하는 재판소원을 감당 못 하지만, 헌법재판관은 9인으로 구성한다고 헌법에 규정(제111조 제2항)돼 있어 개헌하지 않고선 재판관 증원도 불가능하다.

헌재가 정치적인 기관이라는 점도 최고법원 지위 부여를 어렵게 한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고 국회가 3명을 선출하는 헌법재판관은 정파적으로 ‘나눠 먹는’ 구조다. 현 헌법재판관 구도가 진보·보수·중도 각 4·2·3명 인데,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대통령 지명과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지명 등 재판관 3명을 임명하게 돼 진보 절대우위로 재편된다. 완벽하게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삼권일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대표성이 대법관보다 떨어지는 점도 헌재 최고법원성에 걸림돌이 된다. 전원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를 거쳐 임명되는 대법관과 달리 헌법재판관은 국회 몫 3명만 국회 표결로 선출할 뿐 대통령·대법원장 몫 6명은 인사청문회만 마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법조 재직 경력도 대법관은 20년 이상, 헌법재판관은 15년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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