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헌성 뚜렷한데도 강제 입법
기소법정주의 獨과 비교 황당
형벌의 명확성 원칙도 허물어
올바른 수사·기소·재판 저해
판검사 대상 고소·고발 난무
정치권력의 영향력 행사 장치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사법파괴 3법이라고 비판했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지만, 끝내 국회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서는 언론의 주목이 많았지만, 법왜곡죄 도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사법의 큰 틀을 바꾸는 대법관 증원이나 재판소원 도입에 비해 법왜곡죄가 적용되는 대상이 형사사건의 판사·검사와 수사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이고, 다수 국민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법왜곡죄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에 처벌하는 형벌 법규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도입이 추진됐었으나, 그 위헌성 문제로 인해 포기됐다.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국회에서 통과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과거 법왜곡죄 도입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제도화하고 있는 독일·스페인·북한·중국·러시아 등과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북한·중국·러시아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독일의 경우는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가 없고 기소법정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법왜곡죄의 필요성이 있다. 이와는 다른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이 오히려 법체계상의 혼란을 초래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이미 얼마 전 2심 판결에서 직권남용죄로 일부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은 법왜곡죄 없이도 문제가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새로 도입된 법왜곡죄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다. 더욱이, 법왜곡죄는 형벌 법규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가장 높은 수준의 명확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한가? 또한, 이 조항 제1호 단서에서 ‘법령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하고 있으나, ‘합리적 범위’가 무엇인지 분명한가? 명확성은 그 의미의 다의성을 충분히 좁혔을 때 확보된다. 그런데 이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구로는 명확성이 확보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조문 제3호의 ‘폭행, 협박, 위계 또는 그 밖의 방법’ 중 ‘그 밖의 방법’이 무엇인지 예측이 되는가? 기존의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더라도 이런 문구가 명확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법왜곡죄의 법정형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다. 법왜곡죄의 경우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는데, 직권남용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불균형이다. 이러한 중형은 법왜곡죄를 둔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무겁다. 독일은 5년 이하의 자유형이고, 중국이 유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이며, 북한조차도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이다. 도대체, 법왜곡죄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는가? 수사기관 및 검사·판사를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해 과도한 형벌을 책정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지난해 말 내란전담재판부법 통과에 이어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는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법 통과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법왜곡죄는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다른 입법과 연계돼 판사와 검사, 수사기관을 압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법왜곡죄 도입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게 될 것이며, 수사와 기소와 재판을 어떻게 하든 법왜곡죄에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신 있는 수사와 기소 및 재판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것이면 차라리 기소편의주의를 폐지해 기소법정주의로 전환하고,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도 폐지하는 것이 수미일관된 일 아닌가? 결국, 겉으로는 기존의 형사사법 체계를 유지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정치권력이 수사·기소·재판의 전 과정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형사사법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이 법왜곡죄의 실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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