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할 4월, 종합 무대 예술의 극치인 오페라 공연 시즌이 시작된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오페라단, 성남문화재단의 한 해 레퍼토리 가운데 맨 처음 선보이는 작품은 각각 ‘베르테르’와 ‘나부코’, 그리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다.
세 작품 모두 운명, 비극, 대립, 파멸 등 강렬한 키워드가 꼽힌다. 순식간에 관객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어 몰입시킬 작품이라 할 만하다.
먼저 4월 9일부터 나흘간 서울시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1986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 이후 40년 만에 다시 꺼내놓은 작품이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 제국의 예루살렘 정복과 유대 민족의 포로 생활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1842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어 주세페 베르디를 단숨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반열에 올려놓은 출세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널리 알려진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는 조국을 잃은 민족의 비애와 귀환에 대한 염원을 담아낸 명장면으로, 오늘날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합창곡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은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드라마 연출과 ‘운명의 체스판’ 콘셉트로 기원전 6세기의 원초적 에너지를 반영한 의상, 역동적인 무대 장치를 통해 대작 오페라의 스펙터클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부코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와 최인식, 아비가일레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최지은, 페네나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임은경, 이스마엘레 역에는 테너 이승묵과 윤정수, 자카리아 역에는 전승현과 임채준이 출연한다.
아울러 2022년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와 지난해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을 연출한 장서문 연출가가 참여한다. 장 연출가는 “동시대 국내 관객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드라마와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성남문화재단은 무대와 소품, 의상 등의 요소는 간소화해, 음악과 연기에 집중도를 높인 콘서트 오페라 ‘오페라정원’ 시리즈를 시작한다. 4월 10일 이탈리아 소설가 조반니 베르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가 음악을 쓴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올린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열정의 섬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농촌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두 부부 사이에 얽힌 사랑, 질투, 복수의 비극적 이야기인 작품. ‘간주곡(Intermezzo)’은 작품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명장면으로, 대중에게는 영화 ‘분노의 주먹’의 오프닝과 ‘대부 3’의 마지막 장면 삽입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골 처녀 산투차 역은 소프라노 오예은이, 산투차의 남편이자 옛 애인 롤라를 잊지 못하는 투리두 역은 테너 박성규가 맡는다. 투리두의 어머니 루치아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이미란, 투리두의 옛 연인이자 알피오의 아내의 롤라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정세라, 마부이자 롤라의 남편 알피오 역에 바리톤 최병혁이 출연한다.
김덕기 지휘자가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함께 한다. 연출에는 현대적 시각과 창의적 해석으로 오페라 무대를 새롭게 조명해 온 조은비 연출가가 참여한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23일부터 나흘간 프랑스를 대표하는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쥘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총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점점 파멸로 향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그려낸다.
시인 베르테르는 우연히 만난 샤를로트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베르라는 남자와 약혼한 상태다. 베르테르를 향한 샤를로트의 감정 또한 점차 커진다. 그녀는 도덕과 의무 앞에서 갈등하게 된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베르테르는 떠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샤를로트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돌아와 그녀 앞에서 죽음을 택하는 자기파괴적 선택을 하고야 만다.
마스네는 주연 뿐만아니라 원작에선 크게 다뤄지지 않는 조연급 인물들의 심리 상태까지 공을 들여 표현했다. 소피는 샤를로트 못지않게 베르테르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으로 그려지고, 원작에서 그저 평범하고 건실한 인물로 그려진 알베르는 오페라에서는 과격하고 권위적인 인물로 선이 굵게 표현된다.
베르테르 역에 테너 이범주와 김요한, 샤를로트 역에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카리스 터커, 알베르 역에 바리톤 노동용과 조병익, 소피 역에 소프라노 문현주와 홍혜인이 출연한다. ‘베르테르’가 지닌 감정의 파동은 지휘자 홍석원과 연출가 박종원(영화감독)이 만들어낸다.
박 연출가는 “영화적 시선과 서사 감각을 오페라 무대에 접목해, 파멸로 향하는 베르테르의 내면 풍경을 현대적이면서도 밀도있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