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북촌에 있는 오래된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꽂이 구석구석을 살피며 책을 고르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 도서관을 오가던 날들이 모여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 됐다. 그때 나에게 도서관은 가장 크고도 아늑한 세상이었다.
그림책의 주인공 아이도 동네 도서관 이곳저곳을 누비며 혼자서도 잘 논다. 나의 도서관에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높은 곳 위에 있는 책을 건네주던 사서 선생님이 있었듯, 이곳에도 책의 먼지를 털고 번호를 붙이고 책을 빌려 간 사람들 이름을 적는 알렉산드리아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은 책이 망가져서 돌아오면 반창고를 붙여주는 엄마처럼 고이 수선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꿈 같은 그림자 극장을 열기도 한다.
교사였던 알렉산드리아 선생님은 도서관에 온 뒤론 도서관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조용한 틈이 생기면 책에 푹 빠져드는 선생님의 모습까지 아이는 놓치지 않는다. 책은 때때로 선생님을 지켜주는 든든한 집 같다고 하는 아이의 표현은 감동스럽다. 어느 날 도서관에 남자들이 들이닥치고 선생님과 다툰 뒤부터 도서관은 닫히고 만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라는 아이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기적이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알렉산드리아 선생님의 영향으로 아이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정신적 유산은 바로 이러한 변화와 시작이다. 모든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집을 갖길 바라본다. 48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