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안에서 마이너 장르인 고음악(바로크음악), 그 중에서도 예수의 수난을 담거나 성당의 전례 미사로 이뤄진 고전음악가들의 종교음악 마스터피스. 올해 3월의 첫 주는 바로크 종교음악이 자아낸 숭고함으로 가득했다. 지난 3, 4일은 영국의 고음악 거장 존 엘리엇 가디너 경의 22년만의 내한 공연이, 5일은 국내 최고수준 고음악 연주단체인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콜레기움 무지쿰 서울(지휘 김선아)의 무대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연속해서 꾸려졌다.
특히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도 순수 공연시간이 세 시간에 달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연주가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관객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이런 연주가 가능하다니’하는 경탄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많은 파트를 소화한 복음사가 역의 테너 홍민섭에 대해선 ‘접신한 듯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예수의 생애 중 유다의 밀고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다음, 부활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수난곡답게, 오케스트라 단원부터 합창단, 솔리스트까지 모두 장식이 없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엄숙하게 정렬했다.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기반으로 복음사가가 극적으로 서사를 전달하며, 여기에 소프라노 황수미,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효종, 바리톤 강형규 등 네 명의 솔리스트가 감성적인 반응을 표현하는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와 아리아(노래)를 불렀다. 예수는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이 맡았다. 그리고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공동체적 측면의 신학적 해석을 표현하는 코랄을 더했다.
무대 구성은 정가운데 단상에 선 김선아 지휘자와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한 대를 두고 양 옆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으로 섰다. 오케스트라 1과 2가 동일한 구성으로 포진했다. 각각 바이올린 5대, 비올라 1대 , 첼로(비올라 다 감바) 1대, 콘트라베이스 1대, 플루트 2대, 오보에 2대, 파고트클라리넷 1대, 오르간 1대를 뒀다. 시대악기들은 육안으로도 현대 오케스트라가 사용하는 것과 달랐다. 플루트와 오보에, 파고트클라리넷 등은 빛나는 금속성 재질이 아닌 투박한 나무로 되어 있어 진정한 ‘목관악기’였다.
아울러 오케스트라1 쪽엔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가 오케스트라2 쪽엔 테너와 베이스가 자리했다. 합창단도 14명씩 1과 2로 나누어 날개를 이뤘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대사가 있는 유다와 베드로 그리고 대제사장과 빌라도 총독 등은 솔리스트와 합창단원들 일부가 나눠서 소화했다.
공연은 기악과 성악의 어우러짐이 훌륭했다. 특히 솔리스트들의 아리아 때 백승록 악장과 오케스트라2의 박소망 바이올리니스트가 독주 반주가 서정성을 극대화시켰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60여명을 이끌고 3시간 가까이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선사한 김선아(56) 지휘자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독일에서 교회음악, 합창 지휘 등을 오랜 시간 수련한 국내의 독보적인 바로크음악 권위자다.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김 지휘자가 19년 전인 2007년 창단한 곳이다. “저와 콜레기움은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단원들은 ‘월급’ 개념은 없고 소량의 연주비만을 받는다. 김 지휘자는 “돈을 바라보고는 이 단체에 헌신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어떤 단원도 여기에서 취미로 활동하지 않는다. 다들 굉장히 진지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멋진 무대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며, 동시에 그들의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공연으로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에 큰 도전이었던 마태수난곡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 지휘자는 “바흐보다 더 모험적인, 대중적이지 않은 곡을 해보고자 한다”며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를 2~3년 내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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