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지만 결혼식은 하기 싫다.’ 최근 주위에서 결혼하려면 돈 많이 든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다 보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결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나이가 되니 결혼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적 고민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남의 예식장에서 결혼하려면 평균 3599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포함한 비용이다.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도대체 결혼 한번 하는데 왜 이토록 많은 돈이 드는 걸까. 웨딩업계의 끝도 없는 ‘옵션’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될 수 있는 옵션 항목만 무려 58개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웨딩업계의 ‘옵션장사’로는 스튜디오 업체의 ‘앨범페이지 추가’ 옵션이 꼽힌다. 웨딩앨범은 기본 20장으로 구성되는데, 페이지를 추가할 때마다 3만 원 정도가 든다. 1000장 넘는 사진을 찍어놓고 정작 앨범에 담기는 게 너무 적다 보니, 아쉬운 마음에 고르다 보면 추가금액으로만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드레스 업체의 상술도 만만치 않다. 상담하고 옷 입어보는 피팅비는 기본이고, 조금 더 고가 라인의 드레스를 입어보려면 수십만 원의 웃돈을 얹어야 한다. ‘드레스 투어’를 다니며 여러 곳을 방문, 비교해봐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메이크업 업체 역시 이른 새벽부터 결혼식 메이크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10만 원 정도의 ‘얼리 스타트비’를 받는다. “인생 단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상술에 예비부부들은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연다.
악명 높은 웨딩업계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가격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칼을 빼 들었지만, 업체들은 변하지 않고 있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5월이 코앞인데도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한 업체를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온 결혼식 문화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4명은 결혼식을 생략해도 좋다고 답했다. 다가올 미래에는 아예 결혼식 자체를 올리지 않는 이른바 ‘노 웨딩’ 문화가 ‘뉴노멀’이 될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새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의 의미를 믿는 편이다. 노 웨딩보다는 간소하게라도 식을 올리고 싶다.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식은 망설여지는 시대. 마음 편히 결혼을 꿈꾸고 싶다.
김군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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