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 투자자의 심리와 거시경제의 흐름을 꿰뚫어본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업 및 경제의 실질적 가치를 ‘산책하는 주인’에, 주식 가격을 ‘목줄에 매인 강아지’에 비유했다. 집 밖으로 산책 나온 강아지는 주인의 앞뒤를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항상 주인이 걷는 방향을 따라서 걷고, 마지막에는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널뛰기 장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결국 펀더멘털이라는 목줄에 이끌려 주인의 발걸음, 즉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 성장 궤적에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주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지정학적 악재 속에서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될 만큼 유례없이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았던 미국 및 유럽 증시와 달리 단 하루 만에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12% 이상 폭락했다가 이튿날 9%대 폭등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장중 최대 낙폭 -10.6%)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버금가는 이례적인 변동성이었다. 이번 사태는 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부 충격에 힘없이 무너졌던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한계가 재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지나치게 인위적인 주가 부양책이 일조했다는 지적을 한다. 정부가 유동성 공급과 시장 개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지수를 과도하게 끌어올린 결과, 증시 내부에 거품과 불안정성이 크게 누적됐다는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 성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의 섣부른 주가지수 부양 욕심이 도리어 대외 변수에 대한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키우고,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부메랑이 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5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시기는 2000년 이전에 두 번 있었다. 처음에는 1995년이었고, 또 한 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00년 무렵이었다. 그 시기 코스피는 1995년 초 1000포인트 정도에서 출발했지만, 다양한 악재가 겹치며 연말에 882포인트로 마감됐다. 이후 1999년에는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과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 등으로 늘어난 유동성에 힘입어 코스피는 폭등했고, 약 3년8개월 만에 1000포인트를 재돌파했다.

요약하면, 한국 경제의 규모가 5000억 달러 정도였던 1990년대 중후반 무렵의 코스피는 대체로 800∼1000포인트 구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GDP와 코스피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기준으로 국가 경제가 4배 이상 팽창해 GDP 2조 달러 규모를 넘어선 현재, 한국 증시의 적정 주가지수는 4000포인트 정도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주식시장(강아지)은 궁극적으로 거시경제와 기업 가치(주인)의 성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므로, 인위적인 단기 지수 부양책만으로는 코스피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격차를 채울 수 없다. 우리 증시가 겪고 있는 잦은 변동성을 극복하고 주식시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노력은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이 아니다. 신(新)성장동력 발굴과 산업 구조 혁신을 통해 경제의 본질적인 기초체력과 실질적인 GDP 규모를 키워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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