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편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을 입법 독주로 통과시킨 데 이어, 바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 압박에 나섰다. 정청래 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사법개혁 저항군 우두머리”라며 내란 몰이의 일환인 듯 사퇴를 종용했다. 여당 내 강경파는 지난 4일 대법원장 탄핵 공청회까지 열었다.

민주적 국가권력의 구성 원칙인 삼권분립이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을 장악한 여당은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해 온 사법부 수장마저 자신들의 정서에 부합한 인사로 갈아치울 태세다. 그동안 탄핵소추를 29차례나 경험했으니 또 하나의 탄핵이 대수일까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무너져 국가권력 삼권이 한 정당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리바이어던(바다 괴물·절대국가)이 마침내 수면 위로 고개를 쳐드는 듯해서 소름이 끼친다.

민주당은 사법개편 3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사법부 장악의 기틀을 마련하고, 조 대법원장 같은 ‘방해 인사’를 제거함으로써 권력 독점을 완성하려고 한다. 대법원장 탄핵 주장에는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월하다는 자만심도 있었다. 그러나 헌법 절차에 따라 임명된 권력도 선출 권력과 동등한 정당성을 지니며,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에만 대상이 된다.

사법개편을 법적 논쟁보다 정치 논리로 해석하면, 이 법안들이 사법부 장악을 통한 권력 집중화의 획책에 불과함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첫째, 법왜곡죄의 핵심 문제는 법령 왜곡의 고의성을 누가 판단하느냐이다. 여권의 논리대로라면, 법 왜곡 여부 판단은 궁극적으로 국민 정서를 대변한다는 선출 권력인 입법부라는 뜻이다. 이것은 조 대법원장 경우와 유사하게 여론 재판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재판소원제 도입은 3심제에서 사실상 4심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선, 3심제는 정의 구현을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된 효율적인 제도이다. 한국은 이미 ‘소송공화국’으로 정평이 났는데, 대개의 재판이 4심까지 갈 것이다. 4심제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처럼 재판 결과가 지연될 게 뻔하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 권위를 박탈해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위상을 위축시킬 것이다.

셋째, 대법관 증원법은 노골적인 사법부 장악 기도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늘려 총 26명으로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실행함으로써 친여권 정서의 인사로 채우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임명하면 진보 우위 구성을 굳히게 된다.

이와 같은 사법 개편이, 계류 중인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면책하고 정권의 이익을 현실화하는 데 있음은 분명하다. 사법 3법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해 삼권분립의 법치주의(rule of law)를 훼손하고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즉 법 만능주의 독재로 갈 수 있다. 야권은 물론 법조계와 국민 다수는 법치주의 합법성의 기적을 절실하게 호소했다. 그것은 ‘국민주권정부’의 수장이자 헌법 수호를 맹세한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이다. 하지만 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 함으로써 물 건너갔다. 이제 국민의 심판만 남았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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