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범 산업부 부장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의 가치에 적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 골든타임은 놓치면 죽는다는 말이다.”

정재헌 SK텔레콤 CEO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을 앞두고 한 말이다. 취임 4개월 만에 언론과 가진 첫 공식 인터뷰에서 AI 시대를 맞은 현재, 기업이 처한 위기감을 절절하게 토로했다.

올해 MWC 2026은 AI와 로봇이 주인공이었다. 혁신의 속도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가속화할 기술이 대거 쏟아졌다. 중국 기업 ‘아너’는 로봇팔이 나와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주는 모습을 선보였고, 샤오미는 콘셉트카까지 전시하며 AI를 바탕으로 사람-자동차-집의 연결 기술을 뽐내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보이는 각축장이었다.

기술 변화는 AI를 만나 빛의 속도를 더해가는데, 한국 산업계의 혁신을 이끌 벤처·스타트업에는 치명적인 3차 상법 개정이 이뤄져 안타깝다. 3차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벤처기업은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가 어렵고 자금조달 수단이 제한적이다. 특히, 경영권 안정화 수단도 자사주 외에는 사실상 마땅한 대안이 없다. 벤처기업은 투자 라운드가 반복될수록 지분은 지속적으로 재편되고, 창업자 이탈이나 초기 투자자 회수 요구도 빈번하다. 이때 자사주 매입을 통한 원만한 정리는 필수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상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부터 국내 창업 열기는 시들해졌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창업기업 수는 113만5561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0%(약 4만7000개) 감소한 수치로, 창업 규모는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계속 하락세다.

정부는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초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두의 창업 2026’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창업을 위해 올해 3조4645억 원의 예산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쏟아붓는 와중에 국회에서 창업기업, 특히 벤처·스타트업에는 족쇄로 작용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강제하는 상법 개정을 강행한 것은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자칫 산업 생태계에 획일적인 규제 잣대를 들이밀어 혁신을 이끌어갈 벤처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벤처기업협회는 상법 개정에 대해 “벤처기업에 있어 자사주는 단순한 재무적 자산이나 회계 항목이 아닌,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 “벤처 생태계가 경직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의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 마련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AI 시대의 도래로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혁신의 상징인 벤처·스타트업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골든타임, 놓치면 죽는다.

장석범 산업부 부장
장석범 산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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