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李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 주목

이승만·원전 등 실용주의 호응

국정기반 확대로 탓할 일 아냐

 

점차 권력화 與주류 재편 노려

李재판 공소취소 모임도 추동

신권력 구축에 동원되는 이중성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SNS에 “저의 농지 매각명령 지시를 두고 공산당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의 땅을 강제취득하여 농민들에게 분배한 이가 이승만 대통령이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썼다. 10여 년 전 “전쟁 나자 혼자 도주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던 이 대통령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달라졌다. “저도 한때 망인들을 놓고 정쟁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공과가 공존한다”고 했다. 이제 호평까지 할 줄이야. 반대 여론 무마의 궁여지책이었을지는 모르나, 그 자체로 인상적인 변화였다.

지난 1월 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때 확정된 신규 대형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 단체들은 비판했지만, 하정우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이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규로 짓지 않는 ‘감원전’ 기조를 포기한 것이다. 하 수석은 “처음부터 실용주의 에너지 믹스 정책이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강국을 선언해놓은 마당에 관련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터라 마뜩잖은 결정이었다고 해도, 의미 있는 전환이었다.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탈이념 실용주의’라고 칭송한다. 이들이 ‘뉴 이재명’이다. 작명은 한겨레신문이 했다. 지난해 6·3 대선 전후로 두 차례 유권자 패널조사를 통해 대선 전에는 지지하지 않았으나, 집권 후 지지하게 된 응답자군(群)을 찾아냈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을 지지한 중도·보수인데 이 대통령 지지로 바뀐 이들이다. 성향에서도 운동권적 인식을 가진 계층이나 전통적 지지층의 ‘올드 이재명’과는 판이했다. 실용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바 있다.

실제로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3월 1주 국정지지율은 65%로 취임 초반의 최고치와 동률이다. 최저치였던 지난해 10월 3주(54%)와 비교하면 11%P 상승했다. 두 시점 간에 ‘진보’층의 지지율(86→92%)은 큰 변화가 없었다. 중도(53→70%)와 보수(32→40%)층에서 각각 17%P, 8%P나 올랐다. 집권 초반 지지 기반이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진영에서도 이질적 이력을 가진 집단의 세력화는 권력욕의 엔진을 작동시킨다. 호가호위하며 권력 쟁취에 나서는 게 정치판이다.

뉴 이재명은 어느덧 당내 권력 구도에서 핵심축이 됐다. 정청래 대표가 작심했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저지했다. “중도 외연 확장은 허상”이라고 했었는데, 그 세력에 당한 셈이 됐다. 그들은 주류 재편까지 뻗쳤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등 구주류와 선을 긋고 벽을 쌓는 중이다. 장외 스피커 유시민·김어준 씨의 영향력마저 흔들기에 이르렀다.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와 내후년 총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듣고 보고 있을 이 대통령은 뉴 이재명에 대해 “뭐 이렇게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는지”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갈등을 걱정한 것으로 비치지만, 내심까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해 사당화를 비판하다 ‘비명횡사’한 박용진 전 의원을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3일 위촉했다. 박 전 의원은 “이제는 이재명의 사람이다” “이분들(유시민·김어준)의 영향력은 줄어들 거고 나쁜 건 아니다”라며 뉴 이재명의 품에 안겼다. 반문 보수 논객이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도 같은 자리에 앉혔다. 통합·실용 인사라고 하나, 구주류로선 다르게 바라볼 일이다.

뉴 이재명은 이 대통령의 중지된 5개 재판을 겨누고 있다. 해외 순방 와중에도 SNS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녹취 관련 보도를 링크해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조작은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날을 세운 이 대통령의 희원을 왜 모르겠는가. 당내에는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모임이 결성돼 ‘퇴임 전 리스크 해소’에 나섰다.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도 “신중 처리”를 당부했었지만,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일 것이다. 참 편리하게 바꾸는 신권력 세력의 다른 얼굴들이다.

오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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