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공기 활주로 이탈 막는 ‘K-EMAS’ 개발 착수

2030년까지 개발 추진…해외제품보다 저렴·관리 유리

‘항공기 사고 방지턱’ EMAS

‘항공기 사고 방지턱’ EMAS

2010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 예이거 공항에서 승객 34명이 탄 봄바르디어 CRJ-200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미끄러졌으나 EMAS 덕에 대형 참사를 면했다. EMAS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제동 장치다. 미국 연방항공청 제공

정부가 항공기 활주로 이탈을 막기 위한 긴급제동 장치 ‘EMAS’(Engineered Materials Arresting System)의 국산화에 나선다. 활주로 이탈 사고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동시에 성장하는 글로벌 EMAS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산하 기관인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하는 ‘K-EMAS 연구개발(R&D)’ 사업 공고를 내고 수행기관 모집에 들어갔다. 연구는 오는 4월부터 2030년 말까지 진행되며, 정부는 최대 29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목표는 항공기가 시속 130㎞(70노트) 속도로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120m 이내에서 항공기를 멈출 수 있는 EMAS 개발이다. 성능 기준은 국내 공항에 가장 많이 취항하는 기종 중 하나인 보잉 B737을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됐다.

EMAS는 활주로 끝단에 설치되는 콘크리트 등 특수 소재의 보도블록 형태 구조물이다. 항공기가 이 위를 지나가면 구조물이 부서지며 발생한 파편이 바퀴와 동체를 잡아 항공기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방식이다. 제한된 공간에서도 항공기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충돌 위험을 낮춰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높이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 장치는 1986년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미국 기업이 공동 개발해 1996년 뉴욕 JFK공항에 처음 설치됐다. 이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 공항 활주로에 약 160개가 설치돼 있다. 한국에서는 무안공항 사고 이후 활주로 연장이 어려운 울산·포항경주·사천공항을 시작으로 EMAS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가덕도·대구경북통합·울릉 등 건설이 진행 중인 신공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공항에 설치 가능한 EMAS 기술은 아직 국내에 없으며, 세계적으로는 스웨덴(2020년 미국 기업 인수)과 중국(2010년 자체 개발) 두 곳만 기술을 보유한 상황이다. 해외 EMAS는 길이 143m 기준 설치 비용이 약 200억원에 달하고, 설계 수명 20년 동안 유지관리 비용도 30억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원은 해외 기술 의존 시 발생하는 높은 설치·유지 비용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과 지속성,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국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발생이나 예기치 못한 유지보수 상황에서 해외 기술에 의존할 경우 긴급 대응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국산화를 통해 관련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K-EMAS는 ㎡당 설치 비용을 약 175만원 수준으로 낮춰 약 35%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지관리 역시 공항이 직접 수행하도록 설계해 20년 기준 비용을 9억원 수준으로 줄여 약 7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를 활용하고 맞춤형 시공 방식을 적용해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공항에 K-EMAS 10개를 설치해 40년간 운영하고 세 차례 재설치하는 경우 총비용은 약 3633억원으로, 해외 제품을 사용할 때보다 약 1556억원(약 30%)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흥원은 K-EMAS 개발이 성공하면 국내 공항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항공안전 중요성이 커지면서 확대되는 해외 EMAS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진흥원은 전 세계 160개 EMAS 설치 사례에 평균 단가 121억5000만원을 적용해 전체 시장 규모를 약 1조9440억원으로 추산했다. 시장 점유율을 10~30% 확보할 경우 1944억원에서 5832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페리컬 인사이트는 2033년 세계 EMAS 시장 규모가 14억달러(약 2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약 67% 성장하는 규모다.

진흥원은 “과학기술 기반 K-EMAS 원천기술 확보와 정부의 신속한 K-EMAS 도입 기반 마련 지원으로 공항 안전에 대한 대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것”이라며 “해외 고비용 EMAS 기술보다 우수한 K-EMAS 원천기술 개발을 실현해 시공비를 절감하고 유지보수 용이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혁 기자
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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