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과 김연경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양효진의 V리그 은퇴식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OVO 제공
양효진과 김연경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양효진의 V리그 은퇴식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OVO 제공

“(김)연경 언니는 왜 그만두려고 하느냐고 더 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잘하고 있을 때 그만두고 싶었어요”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이날 경기는 양효진(현대건설)의 V리그 566번째 경기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특별했던 것은 그의 19번째 시즌 마침표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아직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 두 경기가 더 남았고, ‘봄 배구’에서도 여전히 더 출전할 경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에는 양효진에게 V리그와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은퇴식이 마련됐다.

은퇴식을 앞두고도 선발로 경기에 출전하는 양효진을 응원하기 위해 여자 배구대표팀에서 같은 방을 썼던 동료이자 먼저 은퇴한 ‘배구여제’ 김연경은 물론, 같은 연고지에서 활약하는 같은 포지션의 남자 국가대표 신영석(한국전력)도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들 외에도 양효진과 오랫동안 V리그 코트에서 울고 웃었던 많은 배구인이 양효진의 은퇴를 축하하고 아쉬워하기 위해 수원체육관에 함께했다.

이들은 경기 내내 양효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이어진 페퍼저축은행전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날도 아쉬운 패배를 추가했다. 경기 내내 현대건설을 응원하며 지켜본 신영석은 경기가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나자 짙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효진(가운데)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마친 뒤 현대건설 동료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OVO 제공
양효진(가운데)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을 마친 뒤 현대건설 동료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OVO 제공

경기 후 자신의 등번호인 14번의 영구결번식, 핸드프린팅 등 구단이 마련한 은퇴식을 치르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양효진은 어느새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양효진은 “신랑이 서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결혼할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다”면서 “구단에 은퇴 결심을 알릴 때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막상 은퇴를 한다고 하니까 머릿속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구단과 김연경 등 지인의 만류로 은퇴를 1시즌 더 미뤘다고 털어놓은 양효진은 “가족과 연경 언니, 신영석 선수를 만나니 그동안의 희로애락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늘은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양효진은 자신이 가족 등과 은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 4년 전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마지막 결심만 남긴 상황에서 1시즌 더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연경 언니가 왜 그만두려 하느냐고, 계속 더 하라고 했다”는 양효진은 “연경 언니가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시즌에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훈련장에서 밥 먹고 운동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만 하고 살았으니 지도자 말고도 다양하게 경험을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2012 런던올림픽 직후 팬들이 붙여준 ‘거대한 귀요미’라는 별명이 지금도 부끄럽다는 그는 막상 은퇴의 순간이 다가왔지만 미련이 남지 않는 듯 했다. 양효진은 “처음에는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는 MVP를 받고 싶었고, 마지막에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려고 했다. 모든 걸 다했다는 생각에 이제는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후련한 듯 미소를 지었다.

수원=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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