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바오우(保五). ‘5를 지키다’ ‘5를 유지하다’라는 뜻이다. 중국에 있어 경제성장률 5%는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경제성장률 목표를 공개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이하로 설정한 건 1991년(4.5%) 단 한 번뿐이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중국 정부는 35년 만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바오우에 실패해 성장이 둔화되고 일본식 장기 불황에 돌입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한다. 중국이 바오우에 집착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체제에서 중국공산당의 핵심 정당성은 경제 발전을 통해 국민 삶을 개선하는 것으로, 성장의 급격한 둔화는 사회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목표를 4.5%까지 낮췄다는 것은 중국 스스로 ‘고속 성장 시대’의 종료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한 숫자가 아닌 ‘범위’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전에도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국정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할 때마다 범위 형태로 목표를 제시해왔다. 지도부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금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변수는 대외 환경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중국으로선 까다로운 문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두 번째 임기 이후 발발한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활용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당혹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연이어 군사 행동을 취한 것을 두고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두 나라는 모두 중국의 전략적 우방이자 핵심 원유 공급국이다. 허드슨연구소는 ‘이란 공습은 모두 중국에 관한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이란을 하나의 구조적 자산으로 구축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공습으로 중국이 설계한 한 축을 해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은 눈에 띄게 몸을 낮추고 있다. 미국을 향한 비판 수위는 조절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위기, 내수 부진 등 내부 경제 문제가 누적된 가운데 마지노선이었던 5% 경제성장률 목표도 낮춘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일은 중국 지도부엔 악재다. 최근 군 최고위 인사인 장유샤(張又俠)의 낙마로 드러난 인민해방군 내부 균열 역시 시 주석에게 부담 요인이다.

대개 양회가 열리기 전 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 주변 공장 가동을 줄이고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등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임시 조치를 시행한다. 덕분에 양회 기간 베이징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양회 블루’라고 부른다. 올해 양회가 시작된 4일, 베이징 하늘은 잿빛이었다. 진눈깨비까지 흩날렸다. 올해 중국이 마주한 환경도 그리 맑지만은 않아 보인다.

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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