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 정치부장
이재명 정부의 사법3법 강행
국민의힘, ‘독재’ 비판하지만
스스로 독재 프레임 갇힌 형국
당권파의 불타협·숙청 정치에
보수 정치적 자산 빠르게 고갈
보수의 미래는 사람 아닌 비전
국민의힘이 최근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독재”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5일 사법개편 3법의 국무회의 의결 뒤 “이 대통령이 독재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것”, 송언석 원내대표도 “개혁을 사칭한 독재”라고 했다. 사법 시스템을 조작·위협해 이 대통령 등이 사법 리스크를 없애려는 것으로 본다.
보수의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편과 검찰개편, 상법 개정안 등을 일방 처리하며 입법 독주를 이어간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민주주의 근본인 삼권분립 정면 위반이다. 이 대통령 역시 “시장을 이기는 정부”를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듯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종교 수사, 농지 강제매각, 유가 최고가격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재’ 프레임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한국갤럽 ‘3월 1주차’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또다시 최고치인 6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겨냥한 이 대통령의 경제·민생(18%)과 부동산 정책(16%)이 긍정적 평가 1·2순위였던 반면, 독재·독단을 부정적 평가 이유로 꼽은 비율은 7%였다. 대구·경북(TK·49%)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과반 지지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이 ‘정치적 효능감’을 주고 있다는 점만 판명된 셈이다.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 역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무력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는 TK 지역통합법안 무산에 따른 내부 분열로 갑자기 중단되고, 국회 천막 농성장은 장 대표 단식 당시 ‘반짝’ 관심을 끌었다가 이후엔 방치된 상태다. 지난 3일과 5일 도보 행진과 청와대 앞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은 전체 107명 중 각각 50명, 75명이었다. 소수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단합과 일치된 행동과는 한참 거리가 먼 형국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른거리는 불타협의 그림자다. 장 대표는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의 요구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시작으로 배현진 의원 당원권 정지 1년 등 반대파 제거에 징계권을 남용하고 있다. 2월 말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의원 7명에 대한 징계 이야기도 나온다.
당권파에선 6·3 지방선거를 패배해도 “장동혁 대표가 전당대회에 등판하면 또 당 대표가 될 것”(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윤 어게인’ 등 핵심 세력이 장 대표를 다시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앙당사에 전두환 전 대통령 초상화도 걸어놓자는 주장까지 나왔는데도 당 지도부가 징계를 미적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의 군부를 연상케 하는 야상 착용도 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견이 묵살되고, 반대파가 제거되는 등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재명 정부의 독재화를 비판하는 주장이 먹힐 리 없다. 이른바 ‘메신저 오염’ 현상이다. 한 전 대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국민의힘 주류에선 한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매우 높다. 장 대표가 친윤(친윤석열) 세력만으로 당을 단합시킬 수 없듯, 한 전 대표 역시 친한계만으로 보수를 다 아우를 순 없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의 ‘보수의 미래’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보수의 정치적 자산만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지방선거는 현재로썬 ‘필패’ 각이다. 갤럽의 지방선거 결과 기대 조사에서 여당 후보 지지와 야당 후보 지지 응답 차이는 지난해 10월 3%포인트에서 올해 1월 10%포인트, 이번 3월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당내에서 TK를 제외한 지역에서 전멸했던 2018년 지방선거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배가 침몰하면 모두가 수장된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물론, 장·한 대전에 팔짱을 끼고 관망하는 당 주류도 마찬가지다. TK 지역당으로 몰락하면 집권은 멀어진다.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3개월 남아 있고, 총선까지는 2년이 남아 있다. 단기적 이해타산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보수 재건을 고민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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