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10달러를 수직 돌파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13.38달러까지 치솟은 데 이어 서부텍사스산(WTI) 원유와 두바이유도 일제히 100달러를 넘겼다. 올 소비자물가 2.2% 전망은 브렌트유 64달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브렌트유가 연평균 100달러를 넘어서자 국내 소비자물가가 5%를 넘었던 2022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9일 오전 한때 원화 환율도 달러당 1498원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8% 넘게 폭락했다. 중동 사태가 1주일 남짓 만에 한국 경제에도 쓰나미급 충격을 몰고 오기 시작한 것이다.

유가·환율·물가의 3고(高) 쇼크는 서민 경제부터 덮치고 있다. 휘발유보다 서민용 연료인 경유·등유 값이 더 올랐다. 정제 시설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밀집해 더 큰 압력을 받은 탓이다. 카타르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LNG 가격도 불안하다. 중동 국가들의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감산 선언도 꼬리를 물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가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데 이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 국내 핵심 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공장인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반도체 업계도 웨이퍼 냉각에 필수인 헬륨 수입량의 64%가 카타르 산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질소 비료의 주 원료인 요소도 전세계 물량의 3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상대방 석유 시설을 때리기 시작했지만,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미국은 느긋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100달러는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고 밝혔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브렌트유가 평균 112달러에 이르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률이 다시 0%대로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1차(1973∼1974년) 2차(1979∼1980년) 3차(1990년) 등 오일 쇼크 때마다 한국 경제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제 관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비상 대응’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부터 확대하고 기업들도 서둘러 공급망 리스크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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