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경제전망 기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망의 전제(前提)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경제전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망의 전제를 설정하고, 나름대로 정교하게 고안된 거시경제 모형을 가동한 뒤, 마지막으로 전망기관 전문가의 수정 작업까지 거쳐야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러나 전쟁이나 지진·해일·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 등 예측이 불가능한 비(非)경제적 대형 사건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기존 경제전망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는 9일 한때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다. 영국 BBC 방송 경제에디터는 이 소식을 SNS에 ‘긴급 속보’로 알리면서 “국제유가가 불과 20분 만에 이렇게 가파르게 급등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을 통해서 세계 경제 전망치를 3.3%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IMF는 당시 “유가 선물에 반영된 올해 연평균 유가 전망치(2025년 11월 20일 기준)는 배럴당 62.13달러”라고 소개하면서 “올해 연평균 유가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약 7%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올해 2월 26일 발표한 경제전망의 ‘대외여건 전제’는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 배럴당 64달러(브렌트유 기준), 세계 경제 성장률 3.1% 등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조기에 끝난다면 한은 경제전망의 대외여건 전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현재와 같은 대치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 달 이상 계속된다면 지금 공개된 경제 전망치 대부분은 큰 폭으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급락할 경우 우리나라처럼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가 받는 타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클 것이 확실시된다.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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