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리뷰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작품답게 웅장한 연출
약한 메시지·내면 묘사 아쉬워
문학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완독’하기를 꿈꾸는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 카레니나’. 그런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이 최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무대에 올랐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러시아 뮤지컬이기도 한 작품으로, 국내 공연(사진)은 2019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이뤄졌다.
방대한 원작을 무대화하기 위해 극은 다른 서사를 생략한 채 주인공 안나와 그가 사랑한 젊은 장교 브론스키, 안나에게 배신당했다 말하는 남편 카레닌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집중한다. 무도회장에서 아름다운 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 브론스키. 안나는 남편 카레닌과 아이마저 저버린 채 브론스키와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모두가 예측할 수 있듯이 그 결말은 비극이다.
하지만 작품을 단순한 불륜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안나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보수적인 러시아 귀족사회 속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했다. 1막 막바지를 장식하는 넘버 ‘자유와 행복’의 가사에는 그런 안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평등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 사고가 남아 있는 사회를 살고 있다”며 “안나는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그런 사회에 저항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한 인간을 비난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체비크 연출은 지난 2014년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내한 공연으로 당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국내 공연계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러시아 작품답게 웅장하고도 종합예술적 성격을 띠는 무대 연출도 또 다른 볼거리다. 작중에는 오페라, 스케이트, 발레까지 여러 장르의 예술이 함께 펼쳐진다. 특히 소프라노 패티가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를 부르는 장면은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와 달리 브론스키에게 버려질까 전전긍긍하면서 사교계에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절망하는 안나의 처지가 대조된다.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무대 구성임에도 극 중 극 형태로 주된 이야기에 잘 녹여냈다. 작품 속 중요한 공간이 되는 ‘기차’의 경우 LED 판과 4개의 이동 장치를 사용해 효율적으로 구현했다.
다만, 1500쪽이 넘는 원작을 약 2시간 반 분량의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급하게 전개된다는 느낌을 준다. 원작은 당대 러시아 사회의 모순을 효과적으로 비판했지만, 뮤지컬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약하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타는 사랑과 그 끝에 이르는 갈등과 같은 러브라인은 제3자의 대사 몇 줄로 전해져 섬세한 감정선을 느끼기 어렵다. 가정과 개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안나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안나 역은 옥주현·김소향·이지혜가, 브론스키 역은 윤형렬·문유강·정승원이 맡았다. 카레닌은 이건명·민영기·백승렬이 연기한다. 공연은 오는 29일까지.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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