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참사’ 장벽, 7곳에 더 있다

 

항공기 충돌시 부러지기 쉽도록

로컬라이저 취약구조 설치 안돼

설계단계서 비용절감 판단 작용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1월 2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1월 2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의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에 따르면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또한 ‘비용 절감’을 우선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다. 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콘크리트 둔덕 구조가 공사비 절감 이유로 수십 년간 운영됐고, 8개 공항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견됐음에도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활주로 접근 항공기에 방향 정보를 제공하는 로컬라이저(LLZ)가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된 공항은 무안공항을 포함해 전국 8개 공항, 14개 시설에 달한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쉽게 부러지도록 ‘취약구조’로 설치해야 하지만, 무안공항은 높이 2.4m 콘크리트 둔덕 위에, 제주공항은 높이 5.1m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 위에 설치되는 등 국제 기준과 다른 형태로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 설계 단계에서의 비용 절감 판단이 작용했다고 봤다. 공항 활주로에 종단 경사가 있는 경우 로컬라이저를 활주로 상단보다 높게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국토교통부는 최대 22년간 해당 시설들의 운영을 방치했다.

항공기 관제 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부산지방항공청은 2022년 12월 무안·울진공항에 항공기 위치를 탐지하는 다변측정감시시스템(MLAT)을 준공했다. 그러나 시험 운용 과정에서 성능 미달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담당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 처리해 지난해 6월 기준 무안공항에서는 항공기 27대 가운데 16대(59%)의 위치 정보가 실제 위치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해와 유류품에 대한 초기 수습 과정에서의 부실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해와 유류품에 대한 초기 수습 과정에서의 부실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조종사 훈련 체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운항한 조종사가 62명, 관제사가 35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조종사는 최근 3년간 총 1만2097회 항공기를 운항했고 관제사들은 같은 기간 2만3744일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 주변 조류 충돌 관리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져 감사원이 전국 공항의 항공정보간행물(AIP)을 점검한 결과 제주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이 조류 활동 정보를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갱신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선형 기자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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