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신정체제 돌입으로 ‘숙적’

민족·종파 갈등 섞여 화해 난망

이란이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이후 중동 국가들에까지 보복 공격을 이어가면서 이란과 아랍권 국가들 간의 역사적 악연이 부각되고 있다. 민족·종파·정치 체제 차이에서 비롯된 양측의 오랜 대립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중동 국가들의 산유시설은 물론 담수화 시설 등에 공격을 가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 사과와 함께 중동 국가들에 대한 공격 중단을 약속했지만 주변국에 대한 공격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란의 공격에는 중동 국가들과의 오랜 악연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문명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가로, 아랍 민족이 중심인 중동 국가들과 역사적으로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중동 지역에서 페르시아와 아랍 문명은 오랜 경쟁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러한 민족적·문화적 차이는 지역 정치 질서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종파 갈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국가인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종파 구도는 중동 지역 정치와 외교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실제로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 등 중동 지역 분쟁에서도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이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서며 대립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갈등은 더욱 심화했다. 혁명으로 이란에 친미 성향의 팔라비 왕조가 붕괴하고 신정 체제가 들어서면서,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이 중동 곳곳의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해 온 점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과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에 대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실제로 2014년 발생한 예멘 내전에서 이란은 시아파 계열 후티 반군을 지원했고, 사우디와 UAE는 후티를 견제하기 위해 군사 개입에 나서며 양측의 대리전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충돌이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중동 지역의 구조적 갈등을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권 국가들과 이란 사이의 민족적·종파적 갈등이 여전히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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