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소속 의원 전원의 결의문 형태로 ‘윤 어게인’ 세력과 완전한 단절 및 대통합 추진을 선언함으로써 당 노선 변경에 시동을 걸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체 국민 의중에 반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신속히 진행해 국민으로부터 변화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일이다. 85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신속한 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면한 걸림돌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장동혁 대표의 기존 노선,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 처분한 당 윤리위원회 결정 등을 번복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확실하게 바뀌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의원총회 결의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지도 모른다.

장 대표는 전날 결의문 발표에 대해 대변인을 통해 “총의를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뒤 10일에도 후속조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간 잘못된 노선에 대해 사과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는 일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윤민우 중앙윤리위원장, 윤 어게인 세력과 연대 의혹이 있는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 당내 측근 인사에 대한 합당한 조치, 이미 활동을 시작한 공천관리위원회의 재구성 등도 기본이다. 대통합을 위해 다양한 당내외 세력을 어떻게 설득하고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획기적 비전도 필요하다.

장 대표 앞에는 의총 결의를 적당히 수용하는 방안,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자신은 선거 업무에서 빠지는 방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당권까지 넘기는 방안, 아예 대표에서 사퇴하는 방안 등 네 갈래 선택지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 알기 힘들다. 당내에서 모종의 짬짜미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 쇼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위기를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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