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전격 시행되면서 기업 경영 현장이 미증유의 법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재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화하는 이번 법 시행이 ‘주주 충실의무 확대’로 개정된 상법과 충돌이 불가피해 CEO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리적 충돌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혼란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개정안은 원청 기업이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하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CEO는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원청 CEO가 하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복리후생 개선이나 인건비 지원 등을 위해 예산을 집행할 경우,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 개정한 상법과 충돌할 수 있다. 원청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이 아닌 제3자(하청 노동자)를 위해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간주, CEO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죄 고소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가 생기는 탓이다.
손해배상 청구 범위의 제한 역시 상법과의 충돌 지점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산정 시 각 가담자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을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기업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별 입증’이라는 조건을 달아 손배소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다. 하지만 명백한 불법행위로 입은 재산상 피해에 대해 채권 행사를 포기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행위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상법상 이사의 의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경영진이 노사 합의를 명분으로 손배소를 포기할 경우, ‘회사의 정당한 권리를 방기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