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남부 키슘섬 담수화 시설 공격
이란도 바레인 담수화 시설 겨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식수 공급의 핵심 인프라인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잇따라 공격을 받고 있단 외신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과 바레인에서 담수화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 사막 기후인 걸프 지역 국가들은 해수를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시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 시설이 타격을 받을 경우 민간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미국이 이란 남부 키슘섬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약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이 같은 선례를 만든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공격에 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날에는 바레인에서도 담수화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한다. 바레인 정부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시설 일부가 파손됐다며 이란이 민간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번 공격으로 식수 공급이나 수도망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담수화 시설이 없으면 대도시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이란은 최근 수년간 심각한 물 부족을 겪어 왔고, 바레인 역시 대부분의 식수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설이 전쟁의 표적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와세다대 중동 전문가 압둘라 바부드는 “걸프 지역의 담수화 시설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수백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생명선”이라며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군사 충돌을 민간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뒤 주변국의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해 보복 공격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항과 호텔, 에너지 시설 등 민간 인프라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걸프 지역의 담수화 시설이 전쟁 표적이 될 경우 도시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08년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관의 외교 전문에는 당시 수도 리야드 식수의 90% 이상이 단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는 해당 시설이나 송수관, 전력 설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경우 리야드가 일주일 안에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사우디 정부가 물 저장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상황은 일부 개선됐지만, 도시의 급격한 성장과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취약한 생태계 부담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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