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송지혜 비범 문화기술연구소장·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겸임교수
중동 정세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5% 이상 급등했고, 금 가격도 단기적으로 2% 이상 올랐다. 디지털 자산 시장 역시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비트코인은 단기간에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모았다.
이 상황은 우리에게 비트코인이 여전히 투기 자산인가 아니면 실물 경제와 연결되는 금융 인프라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최근 1년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1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거래량은 후퇴했고, 고수익을 보장하던 탈중앙금융(DeFi) 모델도 신뢰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실물자산토큰화(RWA, Real World Asset)는 같은 기간 약 13.5% 성장하며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코인 자체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가진 자산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토큰증권(STO)과 RWA 시장의 제도화를 추진하며 한국의 글로벌 RWA 허브 도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더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자본 규모와 금융 체계만 보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진짜 경쟁력은 금융이 아니라 다양한 실물 지식재산권(IP) 자산을 품은 콘텐츠 산업에 있다.
K콘텐츠로 불리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현재 약 1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RWA 생태계의 핵심 조건 세 가지와 맞춰보면 그 잠재력은 더욱 뚜렷하다.
첫째, 명확한 규제가 가능하다. 부동산이나 기업채권을 토큰화하려면 복잡한 감독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반면 콘텐츠 IP는 저작권과 정산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어 수익과 배분 구조를 정확하게 데이터화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자본 접근성이 뛰어나다. K콘텐츠의 리더 K팝은 앨범 판매의 약 7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드라마와 영화 역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수익 지분이 크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IP 기반 토큰이 나온다면 즉각적인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다.
셋째, 데이터 인프라가 탄탄하다. 스트리밍 재생 수, 앨범 판매량 등은 모두 디지털로 기록돼 API 연동만으로도 온체인 정산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호텔·리조트 같은 반복적 현금 매출이 토큰화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도 같은 흐름이다. 국내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실사용은 전 세계 팬덤이 매일 만들어내는 K콘텐츠 소비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금융 인프라 경쟁을 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K콘텐츠 IP를 중심으로 RWA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IP 기반 토큰화는 문화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금융상품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제도권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단순하다. 비트코인 그래프보다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산업의 현금흐름과 연결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K콘텐츠 IP 기반 토큰화는 한국이 글로벌 RWA 시장에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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