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단·LG아트센터, 5월 안톤 체호프 ‘바냐 아저씨’ 선봬
국립극단, 한국적 색채로 각색
주인공 이름 ‘박이보’로 바꿔
심은경 한국서 첫 연극무대
LG아트센터, 3년째 대극장 공연
고아성·이서진의 연극 데뷔작
배우 본연의 색 극대화할듯
지난해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헤다 가블러’를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올렸다. 아울러 이혜영과 이영애,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를 타이틀롤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올해도 두 곳의 시선이 나란히 한군데로 쏠렸다. 이번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다. 국립극단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심은경을, LG아트센터는 개성 있는 연기자 고아성을 각각 주연으로 낙점했다.
‘바냐 아저씨’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체호프의 대표작 중 하나다. 죽은 누이의 남편, 매형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으나 그의 무능함을 깨닫고 절망에 휩싸이는 ‘바냐’와 그런 그를 위로하는 조카 ‘소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삶의 부조리와 인간의 운명을 애잔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극단은 ‘반야 아재’라는 제목으로, LG아트센터는 ‘바냐 삼촌’으로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급변하는 세상 속 방황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한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5월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양측은 이 같은 일정을 두고 “우연에 따른 결과”라면서도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난해 연극계 최고 기대작이었던 ‘헤다 가블러’의 경우에도 양측 모두 5월에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헤다 가블러’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스타 캐스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립극단은 소냐 역에 심은경, 바냐 역에 조성하를 발탁했고, LG아트센터는 소냐 역에 고아성, 바냐 역에 이서진을 영입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약 중인 두 젊은 여배우의 연기 대결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심은경은 그동안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연극은 2016년 일본에서 ‘착한 아이는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 이후 국내에선 처음이다. 고아성도 연극 데뷔 무대이고, 이서진 역시 연기 생활 27년 만의 첫 연극이다.
국립극단은 이름부터 한국식으로 바꿔 파격적인 각색을 시도했다. 바냐는 ‘박이보’로, 소냐는 ‘서은희’로 바꾸는 등 한국적 맥락을 넣었다. 국립극단이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연극을 올리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연출은 ‘남자충동’ ‘파우스트 엔딩’ 등 숱한 흥행작을 만들어 온 조광화가 맡았다. 조 연출은 “원작은 관객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러시아의 문화적 설정을 갖고 있다”며 “사회문화적 장벽을 제거해 인물들을 최대한 원작에 근접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번안 취지를 밝혔다. 지역명, 음식, 신분 등 사소한 설정은 한국적으로 바꾸되 원작의 흐름과 인물 관계, 이들의 사회적 지위 등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LG아트센터 버전의 각색 창작진으로는 양손프로젝트의 손상규가 이름을 올렸다. 손상규는 2011년 결성된 공동 창작 집단 양손프로젝트의 멤버로, 연극 ‘타인의 삶’을 통해 배우는 물론 연출로서도 인정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양손프로젝트의 그동안의 작품들로 미루어 보아 ‘바냐 삼촌’은 화려한 장치보다는 이야기와 배우 본연의 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각색될 것으로 보인다. LG아트센터는 강서구 마곡동으로 터를 옮긴 뒤 2024년 ‘벚꽃동산’(전도연·박해수), 2025년 ‘헤다 가블러’(이영애)에 이어 올해까지 스타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는 대극장 연극을 3년 연속 제작하고 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잃어버린 시간과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관객들과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연극”이라며 “작품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성이 뚜렷한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 연출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이대로도 괜찮다’는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벚꽃동산’의 경우 국내를 넘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도 투어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바냐 삼촌’의 흥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5월 22∼31일까지, LG아트센터의 ‘바냐 삼촌’은 LG 시그니처홀에서 5월 7∼31일까지 공연된다.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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