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대학원 선배가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대기업 투자도 임박했다는 말을 믿고 지점을 열었지만 수요는 거의 없었고, 운영 구조도 처음부터 불합리했습니다. 결국 큰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었는데, 선배는 그저 사업이 실패한 것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심지어 어떠한 도의적 미안함도 보이지 않고 그저 동업해지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압박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요?
A : 상대방은 사회병질적 행동… 이해하려 하지말고 자책도 금물
▶▶ 솔루션
어떠한 사람의 의도는 고찰하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 실패 이후의 고통은 흔히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경제적 손실이라는 현실적 타격과 신뢰가 깨졌다는 감정적 충격입니다. 경제적 손실도 엄청난 피해를 주지만 때로는 후자가 더 오래, 더 깊이 사람을 괴롭힙니다.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자기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배의 행동을 임상적으로 보면 주목할 만한 패턴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불합리하게 설계된 운영구조, 거짓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방식, 손실이 확정된 이후에도 도의적 감각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태도, 가장 혼란스러운 시점에 법적 면책을 서두르는 행동입니다. 이는 사업적 미숙함이 아닌 전형적인 사회병질적 행동방식입니다.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신뢰와 선의를 착취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능숙하며, 특히 선후배처럼 위계가 형성된 구조에서 이는 더욱 강하게 작동합니다. 사업 제안은 어쩌면 진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리스크와 손실의 구조는 처음부터 균등하지 않았고 사업의 성공보다는 오히려 법적 면책에 더욱 더 심혈을 기울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같은 경우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자책’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에게 속았다는 것이 안목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를 책임자로 둔갑시키는 왜곡된 합리화일 뿐입니다. 강하거나 현명한 사람도 친구로 대한 이가 뒤에서 칼로 찌를 때 미리 대처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대의 의도를 이해하려 애쓰거나 그의 논리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도덕적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세계관을 납득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상황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피해자에게 대의명분이나 서사를 부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사람이 한 행동 자체가 그 사람의 의도를 정의합니다. 계약서 서명을 서두르지 마십시오. 그러한 유형의 상대가 강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재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때 못 이기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은 상대방에게 가장 유리한 결론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경험이 남긴 가장 단단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신뢰는 관계의 시작이지, 구조의 대체물이 아닙니다. 사업의 손실은 삶의 한 챕터일 뿐, 삶 전체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악의 섞인 시선에 스스로를 규정하지 말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십시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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