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조원철 법제처장

 

외부 로펌에 자문 맡기면… 공법 경험 적고, 기밀유출 위험

법제처에 2개과 설치해 ‘인 하우스 로펌’ 역할 수행할 것

李대통령의 적극행정 발맞춰… 선제적으로 정책의견 제시

 

재판소원, 찬성 의견… ‘판결에 의한 기본권 침해’ 헌소 당연

대법관 증원, 정책결단 문제… 獨·佛 등 유럽은 100명 넘어

檢 보완수사권, 수사·기소 분리 원칙 깰 불씨 남겨선 안돼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법제처의 자문기능 강화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법제처의 자문기능 강화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법제처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법의 경계선까지 최대한 밀어붙여 국정 성과를 내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따라 법제처의 적극적인 법 해석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종교재단 해산 검토 지시가 대표적이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적 자문 등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법리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지시에 대해선 ‘정부 내 야당’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로 30년 가까이 재직한 조 처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18기) 동기로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조 처장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에 대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불씨를 안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는 등 소신을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 부처 최초로 월간 업무 회의를 생중계하고 있다.

“법제처가 하는 일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효과도 좋다. 회의가 2시간이 넘는데, 자체 제작 영상물로는 이례적으로 유튜브 조회 수 2만5000회를 넘겼다. 지난해 말 준비를 하던 중 이 대통령이 각 부처에 회의 공개를 지시해서 잘 됐다 싶었다.”

― 대통령의 오랜 지인으로서 이심전심이었나 보다.

“저만 그런 게 아니다. 각 부처 장관들 보면 일하는 스타일이 점점 대통령과 닮아가는 것 같다.”

―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처럼 공개회의, SNS 활용에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은 위법이 아니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며 적극 행정을 강조한다. 장관들도 달라졌다. 회의 때 발언을 들어보면 대통령처럼 적극적으로 답을 구하려고 한다. 다들 대통령의 분신이 됐다.”

― 그럼 대통령의 분신이 너무 많아진 것 아닌가.

“그게 이 대통령이 바랐던 바일 수 있다. 본인이 모든 걸 혼자 다 할 수는 없을 테니까.”

― 이 대통령이 적극 행정을 강조할수록 법제처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사회 모순처럼 해결할 문제에 대해 법의 테두리 하에서 최대한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길 원한다. 대통령 지시사항뿐 아니라 국정과제 성과를 위해 법제처가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 최근에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경우가 있나.

“이 대통령이 ‘부처별 장벽을 허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여러 부처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협업 구조가 중요해졌다. 과거 행정안전부가 범부처 총괄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정 부처보단 국무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둬 총괄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란 의견을 드렸다.”

― 법제처 업무 영역 중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있다면.

“법제처의 자문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자 한다. 여태까지는 각 부처가 주로 외부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자문을 해왔다. 그런데 외부 로펌의 경우 대체로 공법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적고, 기밀 유출 위험도 있다. 그래서 국가 정책 추진 시 제기되는 법적 이슈에 대해 공법 분야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법제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체적 계기가 있나.

“지난해 공공의료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했다. 10년 넘게 해당 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것은 직업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법제처에 자문했고, 위헌 소지가 전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가 되는 다른 길을 막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트랙에 따라 선발해 등록금 생활비 지원이라는 특혜를 부여하며, 10년이란 의무복무 기간이 공공의료 필요성과 공공성에 비춰볼 때 과도하지 않다는 논거였다. 덕분인지 국회에서 무리 없이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

― 자문 기능 강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법제처 내 심의관(국장급) 책임하에 2개 과를 두고, 경력 공채도 진행할 계획이다. 법제처가 정부 내 ‘인 하우스 로펌’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은 무죄’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국회에서 할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개인적 소신은 차치하고, 법제처 업무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개인적 소신은 그대로인가.

“그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뀔 수는 없다.”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정부안에 대해 법제처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여당과 지지층의 반발을 예상했나.

“당시 전문수사관과 수사사법관으로 이원화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처음부터 이원화된 인적 구성으로 출발하는 것은 일종의 신분제를 부여하는 것으로, 조직 원리상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많은 문제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건가.

“초안에는 법무부와 검찰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이번 수정안은 상대적으로 보다 조율된 안이다.”

― 재판소원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는데.

“법원의 판결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데, 유독 국가의 권력작용 중 재판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건 오히려 비정상이다.”

― 대법원은 4심제로 국민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법원이 진정 우려하는 건 대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대법원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념이다. 여타 법원의 재판과 달리 기본권 침해 등 헌법적 측면에서만 살피기 때문에 4심제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핑계에 불과하다.”

―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대법관 수를 얼마나 할지는 정책적 결단의 문제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대륙법 국가들은 대체로 100명이 넘는다. 26명은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다.”

― 법왜곡죄의 경우에는 구성요건이 너무 추상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통과된 수정안은 직권남용죄 등에 비해 구성요건이 구체적이다. 전 정부 때 검찰권의 남용 등 특수한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한다.”

―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불씨를 안고 가는 것은 제도 설계상 좋지 않다고 본다. 현 정부에선 검찰이 수사권을 회복하기 어렵겠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그걸(보완수사권) 빌미로 수사권을 확대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 이 대통령의 변호인이란 이력으로 임명 초기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 인연으로 사람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 대통령과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나.

“사회와 국가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젊어서부터 함께했다.(조 처장은 사법연수원에서 이 대통령과 노동법학회 활동을 함께했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국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믿음, 그게 이 대통령 국정 운영의 중심이라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인 법치주의가 구현돼야 한다는 믿음. 이 대통령은 연수원 때부터 ‘무죄추정원칙이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적용되는 법 원칙이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법이 공염불이 돼선 안 되고, 사회 각 부문에 현실화돼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 이 대통령이 그런 방향으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나.

“이제까지 대통령들이 국민의 봉사자라기보단 왕처럼 군림했다면, 이 대통령은 사회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지, 군림은 상상조차 못 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건 제2의 건국을 하는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했고, 조금이라도 일조하기 위해 법제처장 직을 감당하고 있다.”

李대통령과 ‘40년 지기’… 연수원서 만나 노동법학회 함께 활동

■ 曺처장과 李대통령의 인연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40년 지기다. 이들은 1987년 사법연수원에서 만나 노동법학회 활동을 함께했다.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무 수습도 같이했다. 당시 인연이 바탕이 돼 이 대통령이 조 변호사에게 변호사 사무실 개업자금을 빌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후 조 처장이 1994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3년간 재직하며 둘은 다시 만났다. 조 처장은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통령이 판사 사무실에 찾아왔던 일화를 전했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한 목사의 변호를 맡았던 이 대통령이 담당 판사인 조 처장을 찾아온 것. 조 처장은 “보석 신청을 받아달라는 취지로 판사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대통령은 거꾸로 보석으로 풀어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평소 봉사활동으로 건강을 혹사했던 해당 목사가 구속된 뒤 오히려 건강이 좋아져 가족들이 석방을 우려했던 내막이 있었다. 조 처장은 “보통 판사가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잘 내리지 않는데, 이 대통령이 내 성향상 억울한 사람을 풀어줄 것 같아 미리 찾아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종 이 대통령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인 조 처장은 ‘우습지만’ 이 대통령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자신에 비해 남들 다 가는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공장 일을 하며 꿈을 키웠던 이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것. 조 처장은 “윤석열 정부 3년간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그러려면 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법제처장직을 수락한 것도 기저에 부채의식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을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조 처장은 “노동법은 법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상황에 절망해 분신이라는 ‘사회적 외침’을 선택했는데, 이 대통령과 발현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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