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중동전쟁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리 경제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잖아도 대미 주식 투자 증대로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는 터에 유가까지 오르면서 환율과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3고 충격은 소비·투자·수출을 위축시켜 성장률을 둔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첫째,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4월 말까지 시행하기로 한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고 현재 7∼10% 내린 인하 폭을 확대해 원유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나 농산물 등 생활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또한, 공산품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오르게 된다. 정부는 비록 세수(稅收) 감소라는 비용이 우려되지만, 물가 안정의 이득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과점기업 간 담합으로 인한 가격 상승도 관리해야 한다. 당국도 이번 주에 석유 제품 최고가격 지정제를 발동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율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큰 지금 빈번하게 최고 가격이 바뀌면 시장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알뜰주유소를 확대해 유통시장을 경쟁 체제로 유도하고, 원유가 상승에 편승해 지나치게 가격을 올린다면 행정지도를 통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환율을 안정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비록 국제 유가가 올라도 환율이 안정되면 물가도 안정될 수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도 중요하지만, 자본수지에서 과도한 외환 유출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세금과 노동 등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대미 주식 투자와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를 국내 투자로 돌리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끝으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 논란도 예상되지만,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편성을 검토할 만하다. 3고 충격은 내수 경기를 침체시켜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성장률 둔화는 주가와 부동산 버블을 붕괴시켜 부채위기를 부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국채 발행 증가로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부채위기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집값과 환율 상승으로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운 지금 추경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 추경은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시중금리를 높이고 통화량을 늘릴 수 있는 만큼 한정된 범위에서 실시하고, 내수 부양 효과가 큰 건설 부문에 집중 투자해 추경 비용을 줄이면서 이득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의 내수 침체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금리 인상이 어려우며, 재정적 인플레이션으로 재정정책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경제가 3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와 독과점 가격 관리 등 미시적 정책으로 국제 유가 상승에 대응하고,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 또한 거시정책으로는, 추경으로 내수를 진작시켜 부채위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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