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이제 우리나라는 반년 남짓 뒤면 ‘검찰 없는 나라’가 된다. 이러한 역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검찰개혁추진단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됐다. 이 추진단은 수사·기소 기능의 분리를 위한 이른바 검찰개혁에 따른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추진단장은 국무조정실장이 당연직으로 돼 있어 추진단에서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사람은 자문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문위원장이 민변 출신 진보적 법학자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 박 교수가 지난 9일 자문위원장 직을 사퇴했다. 아마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 유지를 책임지는 기관인 검사가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실확인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형사사법 절차는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박 교수는 검찰개혁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하는 요인 5가지를 들었다.
먼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한 맹신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것은 그 자체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고,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비교법적으로나 제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그런데 마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진리인 듯 맹목적으로 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둘째, 검찰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의 개인적 경험이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이른바 개혁 담론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셋째, 검사 집단의 악마화이다. 검사니까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제도에 대한 신뢰 붕괴가 낳은 비극이다. 그런데 형사사법 시스템이 신뢰 없이 어떻게 작동될 수 있는가? 일부 구성원의 권한 남용을 비판하는 것과 집단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넷째, 제도 개혁에 대한 환상이다. 법이 바뀌면 현실도 자동으로 바뀌는가? 제도의 작동은 축적된 운용의 결과이다. 급격한 구조 변경은 공백과 혼란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이다. 개혁에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비용은 정치인이 아닌 일반 국민이 치른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이익과 피해를 비교형량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 교수의 말은 틀린 게 없다. 그런데 박 교수의 이야기는 대통령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은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그것이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것이 개혁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 무엇보다도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범죄자 처벌을 제대로 하고 피의자가 없는 죄를 뒤집어쓰거나 지은 죄 이상으로 가혹하게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상식적인 전문가들의 의견 및 대통령의 생각과 반대 쪽으로 제도를 몰아간다. 검찰은 개혁돼야 하는 것이지 폐지돼야 하는 건 아니다. ‘검찰 없는 대한민국’이 벌써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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