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푸틴의 전쟁에 트럼프도 전쟁

시진핑까지 대만 작전 나서면

아시아도 戰禍에 휩싸일 우려

 

위기 시대 더 긴요한 한미동맹

연합훈련 더 강화해 신뢰 쌓고

이란 핵 不容 北에도 관철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2·28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양측 군사충돌 파장이 인근 걸프 국가들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부 제거에 집중한 ‘장대한 분노’ 작전의 목표를 이란 핵 역량 파괴 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란 지도부가 핵무기 개발 집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제거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을 보면 이번 전쟁은 곧 끝나더라도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및 아시아에서 2개의 전쟁 동시 수행 능력을 견지해왔지만, 미·소 냉전 시대는 물론 탈냉전기 세계화 시대에도 이것이 현실화한 적은 없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개시하면서 미국은 나토(NATO) 회원국들과 전쟁에 말려들게 됐고, 이번엔 미국이 3차 핵 협상 종료 후 선전포고도 없이 이란을 공습하며 두 번째 전장이 열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 무게중심을 유럽 쪽으로 떠넘겼지만, 이란 전쟁은 브레이크 없는 트럼프가 시작한 것이어서 더 위험하다.

러·우 전쟁 장기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독재 체제의 힘을 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미·이란전이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경우 미군은 핵심 자산을 대거 잃을 수 있고, 러시아는 유가 폭등으로 반사이익을 얻는다. 위성망이 없는 이란이 중동의 미군 레이더와 통신·방공 시스템을 집중 타격한 것은 러시아의 개입 증거라는 미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심상찮다. 중동에 배치된 사드(THAAD)와 패트리엇 등 미국의 핵심 자산이 대거 파괴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장악 호기로 판단해 자칫 아시아에서 세 번째 전장이 열릴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자유의 방패(FS) 연습이 열흘 일정으로 9일 개시됐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4월 초 방중을 전후해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한미 훈련 연기 등을 내세우다 마지못해 훈련에 나섰다. 앞서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 땐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것은 한미 군 수뇌부 불통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엔군사령관이 가진 비무장지대(DMZ) 출입통제권을 통일부로 옮기는 법까지 만들려 한다. 정전협정은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최근 미국 출장 때 만난 한미 양국의 예비역 장성들은 한결같이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원한다면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군사 고위 대화 채널 단절의 심각성도 지적됐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합참의장의 선임장교 자격으로 한국 국방부 장관과 정례 회동을 해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됐다고 한다. 한미 간 채널 단절이 주한미군 서해 훈련 갈등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오산기지에서 24시간 레이더를 보는데 국방부 장관이 몰랐다면 한국 측의 보고 누락 때문일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번 자유의 방패 연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1월 내놓은 국방전략(NDS)에 ‘한국이 북한 도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핵심적이고 제한적인 역할만 할 것’을 명시한 뒤 실시되는 첫 훈련이다. 이 정부가 압도적 대북 대응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하고 북한도 두려워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안한 세상에선 두려운 대상이 되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훈련을 통해 그런 능력을 미·북 양측에 보여줘야 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 공습에 대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사람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불용 의지는 북핵폐기(CVID)를 추진할 의외의 동력이 될 수 있다. 50∼60개 핵탄두를 가진 북한은 이란보다 더 위험하지만, 미·이스라엘 같은 결기를 가진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김정은 회동’을 얘기할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 위험성과 핵 폐기 당위성을 설명하고 관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게 한국 지도자의 책무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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