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와, 판사·검사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법안이 12일 관보에 게재됨과 동시에 시행에 들어간다. 유예기간도 없다. 형사·사법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인데 담당 기관들조차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법치 대혼란의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며, 약자일수록 더 취약해진다.
헌재는 10일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연간 약 1만∼1만5000여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3092건이고, 본안 심리에 평균 2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자칫 헌재 마비 상태가 올 수도 있다. 이날 기준 벌써 369건의 재판 소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앞으로의 구체적인 절차는 판례로 정한다고 한다. 2심에서 기본권 침해가 이뤄진 뒤 대법원을 거쳐 확정된 사건의 경우 2심을 취소할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지도 아직 기준이 없다.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 후 다시 대법 판단을 받기까지 최대 5심까지 갈 수 있는데, 재판소원을 청구하면 헌재 결정(6심), 대법에 내려온 판결을 다시 파기환송(7심)하면 하급심(8심)에서 판단하고, 재상고하면 9심이 된다”고 했다. ‘소송 지옥’ 개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국회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에 대해 재판소원을 하면 임기 4년을 다 채울 수도 있다.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전 정권 관련 인사들이 먼저 제기할 움직임을 보인다.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해 수사를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은 “무고(誣告) 정도가 아니라 사건 조작 수준”이라며 “이런 게 법왜곡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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